[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러시아가 내년부터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할 예정인 가운데, 최근 루블화 화폐가치가 하락하며 시장에 환율조정을 맡겨도 되는지에 대한 당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외환 시장 개입을 점차 줄이고 있으나 올 들어 달러대비 루블화 가치가 8% 가량 떨어지며 정책 도입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달러대비 루블화는 35.7781루블로 전날보다 0.35% 올랐다.
러시아 재무부는 2750억루블을 국부펀드로 넘기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최근의 루블화 약세로 정기적으로 매입하려던 것을 취소했다. 지난 19일에는 재무부가 세 번째로 루블화 국채 발행을 취소했다. 이유는 “가격이 기발행된 채권의 신용 상태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수요를 이끌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란 판단이었다. 재무부는 60억달러 규모의 루블화를 국부펀드로 옮기려던 계획도 연기했다.
우크라이나의 정국 불안도 루블화 유통량을 늘리며 약세에 대한 우려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FT에 “우크라이나 흐리브니아화의 유동성이 제한되면서 시장이 (흐리브니아를)루블화로 대체해 사용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루블화가 상당기간 평가절상 되어있었고 환율 하락은 쇠퇴한 러시아의 제조업 분야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환율 상승에 있어 루블화는 주요 통화 중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제외하고 올해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어 이것이 시험대의 시작이라고 FT는 전했다.
투자자들은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고 성장세가 둔화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루블화 약세는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금리인하를 제한할 수도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터키,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른 신흥국들은 환율방어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러시아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를 통해 통화가치를 조절할 수 있고 이들 대열에 동참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또한 기준금리 5.5%는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며 루블화 약세로 인한 고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전망될 경우 통화정책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피터 킨셀라 코메르츠은행 투자전략가는 “루블화 변동성 증가는 루블화 자산 수익을 증가시킴으로써 보상해야만 할 것”이라며 “러시아 당국은 다른 신흥국들과 마찬가지로 더욱 값비싼 재무적 비용을 들여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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