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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탁, 사랑사랑 누가 말했나..고뇌의 사랑꾼VS웃기는 사랑꾼
엔터테인먼트| 2014-02-26 14:43
어디서 봤다 싶었더니 역시나였다. JTBC 월화드라마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의 모범생 같이 멀끔한 남자 한준모가 바로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속의 츤데레 같은 코믹남 김학문이었다. 배우 심형탁은 이렇게 상반된 역할로 두 드라마를 종횡무진하고 있었다.


김학문과 한준모는 기본적으로 사랑을 전제로 움직이는 캐릭터다. 김학문은 변호사고, 한준모는 교수다. 거기에 젠틀한 외모에 우월한 신체 조건까지,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만 빼놓고 가질 건 다 가졌다. 여기까지 본다면 ‘드라마 속 서브 캐릭터라는 게 다 그렇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심형탁은 두 캐릭터를 전혀 다른 톤으로 연기하며 김학문과 한준모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한준모의 사랑은 복잡하고 진지하다. 대학 시간 강사라는 비교적 수입이 낮은 직업은 전처인 정완(유진 분) 앞에서 자꾸만 한준모를 작아지게 만든다. 이에 여동생의 빚보증은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결국 한준모는 정완과 이혼을 맞았다. 1년이 지난 현재 그는 정교수 자리에 올랐고 대학원생 안경주(장준유 분)와는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준모는 전부인 윤정완과 아들 한태극(전준혁 분) 또한 외면할 수 없다.


심형탁은 이런 모습을 진지한 연기 톤을 통해 표현해낸다. 선하고 믿음직한 심형탁의 마스크는 그가 진지한 사랑과 갈등을 표현하는데 있어 큰 장점이 돼준다. 전처에게 찾아와 재결합을 설득하는 한준모는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면모를 가진 캐릭터기도 하다. 하지만 심형탁의 연기는 이에 설득력을 부여해준다. 결국 정완의 새로운 남자인 오경수(엄태웅 분)을 인정하게 되는 모습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언제나 진지하게 고뇌하는 ‘사랑꾼’ 한준모는 최종적으로는 정완을 배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김학문은 다소 유치하고 웃기는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얼핏 들으면 항문이라고 들리는 그의 이름부터가 김학문이 코믹한 캐릭터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이수경이 실장으로 있는 변호사 사무실의 대표다. 수경에게 그가 좋은 남자냐고 한다면, 글쎄다. 학문은 수경에게 항상 온갖 방법으로 일을 떠넘기며 자신을 괴롭히는 초코바 흡입 유발자다.

하지만 그에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학문은 초라한 고시생 시절 학교 퀸카 수경에게 처참하게 차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복수하기 위해 수경을 채용한다는 그의 사고방식은 한편으로는 좀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김학문이라는 캐릭터의 본질이다. 김학문은 언제 어디서나 솔직하고 직관적인 사람이다. 단 좋아하는 여자 이수경의 앞에서만 빼고 그렇다.


이에 김학문은 때로는 폭언으로까지 느껴질 정도로 능청스러운 놀림으로 이수경을 괴롭힌다. 이에 이수경은 사직서를 제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표현이 유치하다고 해서 그의 사랑까지 유치하다고 생각한다면 금물이다. 10년간 우직하게 짝사랑을 지켜온 그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깨달은 후 저돌적인 애정행각을 펼치지도 한다. 여기에 솔직하고 코믹한 모습은 양념이다.

비슷한 위치의 캐릭터를 동시에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칫하면 두 캐릭터 사이의 연기톤 구분이 무너져 캐릭터의 혼선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형탁은 이 힘든 작업을 영리하게 해내고 있다. 캐릭터를 살릴 줄 아는 배우 심형탁이 앞으로는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쏠리고 있다.
속보팀 이슈팀기자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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