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펙 위해서라면 1년쯤이야”…재수 권하는 사회
헤럴드경제| 2014-02-28 11:47
서울소재 일반대 입학생중 3분의 1
성공률 절반…반수생은 훨씬 낮아
“고교도 대학교처럼 4년제” 푸념도

해마다 2월이면 전국의 재수(再修) 학원이 개강을 한다. 이들 학원 중 상당수는 이보다 한 달쯤 전인 1월 초 ‘선행반’이라는 이름으로 재수생을 미리 받는다. 대학입시 수시모집 결과를 받아본 뒤 “1ㆍ2월, 두 달도 아깝다”며 1년 더 공부해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일찌감치 재수라는 고해(苦海)에 몸을 던지겠다는 수험생이 대상이다.

우리 사회는 ‘재수를 권하는 사회’다.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젊은 날에 1년 정도를 쓰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수 있다는 대다수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다. 1~2년간의 노력으로 대학의 간판이 바뀌면 인생도 똑같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해마다 2월이면 전국의 재수 학원이 개강을 한다. 재수생의 경우 학교에서 벗어나 공부하는 만큼 최신 입시 트렌드 정보를 상시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고3 학생들과 다르게 자율학습 활용도가 높은 만큼, 각자의 시간계획을 잘 짜야 한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대학 이름’의 명망이 커질수록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현실이기도 하다. 때문에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은 첫 대학입시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사회로부터 사실상 암묵적으로 재수를 강요받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가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도 재수생 비율은 20% 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응시자 중 졸업생(재수생) 비율은 2007학년도까지 25%를 넘다가 2008학년도부터 21% 수준으로 떨어져 2010학년도에는 19%까지 내려갔다. 2011학년도에 다시 21% 정도로 높아졌다가 지난해(2014학년도) 19% 선(수능 지원자 기준)으로 다시 떨어졌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 DB에 따르면 전체 대학 입학생 중 재수생 비율은 2006학년도 대입 때 30%까지 치솟았고, 2011학년도부터 지금까지 25% 선을 지키고 있다. 재수생이 재학생(고3)보다 성적이 좋다는 방증이다. 

서울 소재 일반대학으로 들어가면 이 같은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진다. 역시 2011학년도부터 전체 입학생의 3분의 1(33% 선)을 재수생이 차지하고 있다. 일부 서울 최상위권 대학의 경우 재수생이 입학생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고3 수험생 사이에서는 ‘고등학교가 대학교처럼 사실상 4년제가 됐다’며 재수를 당연시하는 풍조가 여전하다. ‘재수는 필수, 삼수(三修)는 선택’이라는 말도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재수의 성공률이나 성적 향상 효과는 기대보다 낮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2010년 당시 고등학교 3학년 학생 4850명을 대상으로 2012년까지 3년간 조사, 지난달 발표한 ‘2013 한국교육종단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재수를 선택한 학생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이 고3 때와 비교해 평균 0.75등급 올라, 성적 향상 폭이 1등급에도 못 미쳤다.

이 가운데 2011년에 재수한 학생 727명 중 4년제 대학에 진학한 학생 39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대학을 정시모집 수능 평균 등급으로 서열화했을 때 고3 때 성적으로 진학 가능한 대학보다 상위권 대학에 입학한 학생의 비율은 재수생이 58.5%(359명 중 210명), 반수생이 21.6%(37명 중 8명)였다.

대학에 다니며 입시를 준비한 이른바 반수생(半修生)의 재수 성공률은 순수 재수생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다. 전체 재수생(727명) 중 사실상 재수에 성공한 학생은 30.0%(218명)에 불과했다.

실제로 지난해 입시업체 스카이에듀가 재수생들의 입시 결과를 자체 분석한 결과에서도 전년과 비교해 성적이 올라 성공한 재수생은 45%로 절반에 못 미쳤다. 30%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25%는 오히려 성적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재수가 누구에게나 성적을 올려주는 ‘만능열쇠’는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수험생 본인은 상위권 대학에 대한 ‘열망’ 때문에 재수를 선택하고, 부모는 자녀가 어려운 길을 가는 것을 알면서도 지원하며 ‘침묵의 동행’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굳이 재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성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강한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1년은 나한테 없다’는 강한 의지로 재수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재수 성공 전략’으로 ▷전년 입시 실패 원인 파악 ▷실천 가능 계획 수립ㆍ실천 ▷취약 과목 정복 ▷수능 집중 ▷절박한 ‘공부 환경’ 설계 등을 꼽았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성공률이 절반 정도인 만큼 자신의 성적을 바라보고 냉정하게 판단해 재수를 결정해야 한다”며 “전년 수능 성적이 4등급 이상이면 신중히 재수를 선택할 수 있지만, 5등급 이하의 경우는 (재수)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조언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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