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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X파일] 손해보면서 장사한다?…대형마트 대규모 가격할인, 왜?
뉴스종합| 2014-03-02 08:20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이마트를 비롯해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3월을 맞아 일제히 대규모 가격할인에 들어갔습니다. 이들 대형마트가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물가 잡기’ 입니다. 최근 돼지고기 등 축산물은 물론 수산물까지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게다가 해가 바뀌자 마자 식품업체들은 서로 입을 맞춘 듯 일제히 가격인상에 나섰습니다. 가뜩이나 무거워진 장바구니 물가를 생각하면 소비자들로선 꽤나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마트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2주간 주요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 1000여개 품목을 대상으로 최대 50%까지 가격을 인하합니다. 홈플러스도 1000여종에 달하는 주요 생필품 가격을 적게는 5% 부터 많게는 62%까지 연중 평균 17% 내리고, 롯데마트 역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주요 신선식품 및 생필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고 합니다.


이들 대형마트가 내세우는 표면적인 이유는 ‘물가 잡기’ 입니다. 이마트는 “최근 신선식품 시세 상승, 가공식품 가격인상 등으로 무거워진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홈플러스도 “이번 가격인하는 연간 200억원 가량의 자체 마진을 축소해 전개하는 대규모 연중상시저가(EDLPㆍEvery Day Low Price) 프로젝트”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소비자들의 지갑이 가벼워진다면 좋다는 논리인 셈입니다. “장사꾼이 손해보고 판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는 상식에서 보면 얼핏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숫자(매출)가 곧 생명’인 유통업체들이 손해를 자처하다니 말입니다.

왜 손해를 자처하면서까지 대대적인 가격할인 전쟁에 나서는 걸까요. 여기엔 말못할 사정이 몇 개가 있다고 합니다.

우선 3월은 유통업체들로선 ‘무덤의 달’ 입니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최대한 끌어 쇼핑에 나서게 해야 하는데, 마땅하게 소비자들의 관시을 끌만한 것들이 없어 답답하다는 말도 나옵니다.


잠깐 달력을 들춰보도록 하죠. 1월과 2월에 걸쳐선 설 대목이 있습니다. 설이 끝나면 곧바로 입학시즌이 돌아옵니다. 1, 2월은 딱히 걱정할게 없는 셈이죠.

4월로 넘어가 보죠. 4월부터는 본격적인 혼수 시즌입니다. 이달엔 롯데마트의 창립기념일도 있습니다. 5월로 넘어가선 마케팅 거리가 풍부합니다. 혼수시즌이 5월까지 이어지는 데다, 가정의 달 이기도 합니다. 5월엔 홈플러스의 창립기념일도 있습니다. 4, 5월 역시 매출을 끌어올릴 만한 무기가 많은 셈입니다.

그런데 3월을 볼까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고작 있는게 화이트데이 입니다. 일회성 ‘하이트데이’로는 매출을 확 끌어 올리기엔 역부족입니다. ‘3월은 무덤의 달이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대형마트들이 일제히 3월들어서 대대적인 가격할인 전쟁을 불사하는 것도 ‘무덤의 달’을 무사히(?) 넘기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죠.

가격을 인하한다고 아주 손해보는 장사도 아닙니다. 대량의 물건을 값싸게 팔아 이익을 내는 ‘박리다매’ 원칙이 여기서도 적용이 됩니다. 실제 홈플러스가 지난해 10월부터 삼겹살과 한우 가격을 전국 소매시장 평균가보다 최대 30% 싸게 판매하기 시작한 이후 2월 현재까지 5개월간 삼겹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4%, 매출액은 28% 증가했으며, 한우는 판매량과 매출이 각각 43%, 20%의 신장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여기엔 대형마트들간 보이지 않는 눈치작전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3월들어 가격을 일제히 내리는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최근 몇년간 계속된 현상입니다. 그런데 3월 가격할인전이 처음 시작된 배경이 재미있습니다.

롯데마트의 창립기념일은 4월 중순입니다. 대형마트 든 백화점이든 창립기념일엔 으례히 ‘바겐세일’ 처럼 가격할인을 통해 매출을 최대한 끌어 올립니다. 이것은 불변의 법칙이기도 합니다. 4월 창립기념일을 맞아 롯데마트가 대대적인 가격할인을 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그런데 홈플러스는 아쉽게도 5월입니다. 


롯데마트가 선제적으로 4월에 이미 가격할인을 하니 홈플러스로선 김이 빠질 수 뿐이 없겠죠. 무엇보다 가격할인을 통한 큰 재미도 없습니다. 그래서 몇년전부터 홈플러스가 역으로 롯데마트의 창립기념일을 맞춘 가격할인에 김을 빼기 위해 먼저 선제적으로 3월 가격할인전에 포문을 열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다르다고 합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공교롭게 모두 1000여개 품목에 대해 가격할인에 나섰습니다. 홈플러스의 가격할인 시작점은 3월 1일입니다. 이마트는 이보다 사흘 앞선 2월 27일에 가격할인을 시작했습니다. 이마트가 사실상 선수를 친 셈이죠.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 업계에서 가격할인은 사실상 12개월 내내 이어진다”며 “‘가격할인’이라는 미끼를 통해 매출을 올려야 하는 업체들로선 서로 선수를 뺏기지 않으려는 눈치작전이 치열하다”고 말했습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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