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親서방 쿠데타냐 시민혁명이냐…세바스토폴 협약 효력 범위는?
뉴스종합| 2014-03-04 11:30
일촉즉발 위기로 치달았던 크림반도 사태가 ‘중재기구’ 설치 합의로 중대 고비를 넘기면서 이제 국제사회의 관심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원인을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치열한 ‘기싸움’에 모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해석에 따라 러시아의 군사 개입 정당성 여부도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쿠데타 vs 혁명=최대 쟁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친서방세력의 쿠데타인가 폭정에 저항한 시민혁명인가 여부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만장일치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고, 경찰은 대량학살 혐의 등으로 야누코비치 등 정권 주요 인사들에 체포령을 내렸다.

반면 야누코비치는 탄핵과 관련해 “1930년대 나치가 권력을 장악했을 때의 반복”이라며 의회의 탄핵을 쿠데타로 규정했다. 그는 잠적 일주일만인 지난달 28일 러시아 남부도시에서 모습을 드러내 “자신이 적법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라고 강변했다.

▶러시아 군사개입 정당한가=러시아의 군사개입 정당성도 논란거리다. 지난 1일 크림반도를 사실상 점거한 러시아 정부는 “크림반도에 군 병력을 보낸 것은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이뤄진 정당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러시아 정부는 자국으로 망명 중인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파병을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3일(현지시간) 오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법률을 바로 세우고 평화와 법치주의, 안정과 우크라이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군대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는 야누코비치의 서신을 직접 낭독하기도 했다. 이어 “러시아의 파병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자국민에 대한 정당한 방위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미국 유럽은 “러시아가 ‘주권국가의 영토를 무단으로 침범할 수 없다’는 국제법을 어겼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서방은 러시아의 파병은 세계평화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유엔 헌장과 안보리 결의에 위반된다면서 “크림반도에 진출한 러시아 군대는 즉각 철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바스토폴 협약 범위도 논란=러시아는 크림반도에 군사개입한 것이 ‘군사훈련과 이동을 보장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협정에 근거한 합법적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말하는 협정은 1997년 양국이 흑해 함대기지를 공동 운용하기로 합의한 협정을 말한다. 러시아는 이 협정에 따라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항을 장기 조차(租借)해 자국 흑해함대 주둔 기지로 쓰고 있다. 러시아는 이 지역에 병력 2만5000명, 군함 100척을 배치할 수 있다. 유효기간은 2042년까지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한 우크라이나 대표는 러시아어로 “러시아군의 크림반도 주둔은 명백한 침략행위”라며 “나도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이지만 러시아 군대가 우리를 보호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성토했다.

▶나토 군사개입 정당성은?=마지막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등으로 추가 도발을 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미국 등 서방의 군사개입이 가능한지 여부도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나토의 개입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나토 협약 5조에 따르면 ‘회원국이 공격받을 경우에만 군사력을 사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일단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다. 2008년 친서방파였던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은 나토 가입을 추진했다가 러시아의 격분을 샀고, 결국 2010년 2월 친러 성향의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나토 가입 계획을 철회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회원국은 아니지만 ‘파트너’ 자격이 있어 군사개입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토는 지난 1999년에도 유고슬라비아 내전 때 유엔 동의없이 코소보를 폭격한 전례가 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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