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러 · 美 · EU · 우크라 ‘新에너지 전쟁’
뉴스종합| 2014-03-05 11:06
가스프롬 “우크라 가스할인 중단”
러, 서방과 가스전쟁 선전포고

우크라 셰일가스 매장량 풍부
美 · EU ‘가스전 개발’ 맞대응


우크라이나 사태가 글로벌 ‘신(新) 에너지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서방 진영과 러시아는 격전지 우크라이나에서 ‘에너지 패권’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혈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유라시아 지역의 막대한 자원을 노리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앞마당 우크라이나와 흑해를 교두보로 동진(東進)해야 하는 러시아, 그 누구도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러, ‘가스 가격 인상’ 선공=먼저 승기를 잡은 쪽은 러시아다. 크림 반도에서 신속한 ‘치고 빠지기’ 전략을 보여준 데 이어, 이번엔 가스 공급가 할인 중단이라는 카드를 빼들며 서방과 우크라이나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가를 30% 이상 낮춰주는 할인 혜택을 다음달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사장은 이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와의 면담에서 우크라이나가 15억2900만달러에 이르는 가스대금 체불액 중 2월분 대금을 지불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면서 이 같이 전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회유책으로 가스 공급가 할인과 150억달러 차관 제공을 약속했다. 그러나 친러 정권이 실각한 이상 이젠 우크라이나에 ‘당근’ 대신 ‘채찍’을 들겠다는 복심을 드러낸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한해 천연가스 소비량의 50% 이상을 수입한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공급하는 가스 절반 이상이 지나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푸틴의 이번 결정은 서방과의 가스 전쟁을 알리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美ㆍEU, ‘가스전 개발’ 맞대응=미국과 유럽은 ‘가스 개발’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가스 시장에서 ‘셰일혁명’을 등에 업은 미국에 밀리기 시작한 러시아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겠다는 의도다.

유럽에서 셰일가스 매장량이 3번째로 많은 우크라이나로선 서방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당초 우크라이나는 서방 메이저 에너지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2020년부터 셰일가스를 수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셰브론, 로얄더치셸 등과 100억달러 규모의 굵직한 개발 계약을 잇따라 맺었다.

서방도 우크라이나 최대 셰일가스 매장지인 유지프스카 광구가 도네츠크와 하리코프 등 반서방 성향 동부 지역에 위치해있다는 점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선 가스를 우크라이나에 수출해 러시아의 ‘자원 무기’에 대응하자는 움직임이 수면 아래서 이뤄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근 자원 업계는 미국 에너지부에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에 대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허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에너지부는 천연가스관업체 킨더모건과 체니어에너지 등 최소 24개 기업의 LNG 수출 허용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도 후방에서 지원 중이다.

존 베이너(공화ㆍ오하이오) 하원의장은 4일 성명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즉각 취해야 하는 조치는 미국의 천연가스 수출을 신속히 처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론 와이든(공화ㆍ오리건) 상원 재정위원회 의장도 5일 청문회에서 제이컵 루 재무장관에게 가스 수출계획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각에선 러시아가 당장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더라도 유럽이 버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가스 수송관 운영업체 ‘가스인프라스트럭처유럽’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유럽의 천연가스 비축율은 49%로 1년 전의 37%보다 높아졌다. 유럽의 가스 재고량은 82억입방미터로, 45일 동안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를 통해 수입하는 양에 맞먹는다.

에너지 애스펙츠의 트레버 시코스키 천연가스 부문 대표는 이에 대해 “(러시아 때문에) 올해 공급 위기가 오더라도 고통스럽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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