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데이터랩] 건축女帝의 DDP, 기묘한 아름다움
라이프| 2014-03-12 11:20
1889년 구스타브 에펠이 파리 만국박람회 조형물로 철제탑을 추진하자, 많은 도시계획전문가와 예술가가 반대한다. 에펠은 소신을 꺾지 않았고, 에펠탑은 세계 최고 관광지로 남아있다.

비슷한 상황이 2014년 한국에서 연출된다. 알루미늄 패널 4만5133개가 사용된 세계에서 가장 큰 비정형 건축물,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는 ‘튀는’ 건축물일 뿐인가, 세기를 뛰어넘는 역작일까.

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64)는 11일 방한 회견에서 “너무 과하다고? 무엇을 기준으로 과하다고 하는 건가”라고 반문하면서 DDP의 진면목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혜안이 부족한 일반인은 세계 건축계의 여제(女帝)의 이 작품에 대해 “비용이 4800억원이나 든 축구장 3개 크기의 비정형 건축물이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도 않는다” “동대문에 불시착한 우주선 같다”는 촌평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집이나 사무실을 지어달라고 한 건 아니지 않은가. 콘퍼런스, 전시, 공연 등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 DDP엔 최소한의 스케일이 필요하다. 만약 이런 기능을 하기 위해 직선이나 박스 형태로 설계했다면 오히려 더 거대해 보였을 것”이라며 세세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DDP는 유선형 외관을 알루미늄 패널이라는 단일 재료로 마감해 차분한 느낌을 살렸고, 지붕은 잔디로 덮어 공원이 건물 위에 이어지며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냈다. 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건축가인 그는 “건축물 자체가 지형이 됐으니 그런 의미에서 독창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동석한 패트릭 슈마허(53) 자하하디드건축사무소 공동대표도 “너무 독창적이라 생소하겠지만, 차차 기묘한 아름다움이 드러나면서 대중의 이해를 얻기 시작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건축 여제의 눈에 비친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이 글로벌 디자인 도시로 거듭나려면 ‘어바니즘(Urbanismㆍ도시주의)’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건물을 짓기보다 도시의 성장과 고유의 특성을 고려해 도시 생태계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법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자신의 미학을 구현했던 자하 하디드에게 성별이 장애가 될까. “여자라서 힘든 건 사실”이라는 답변에서는 여성이라 더 혹독했으며, 그래서 더 공부하고 강한 소신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여정을 읽을 수 있다.

글=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