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뉴욕 음악계를 발칵 뒤집었던 ‘뱅 온 어 캔’ 내한 공연
라이프| 2014-03-14 08:20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미국의 자유분방한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뉴욕의 ‘뱅 온 어 캔(Bang on a Can)’이 처음으로 국내에서 공연한다. 이들은 다음달 2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1980년대 뉴욕 음악계는 격식을 갖춘 정통 클래식 계보인 ‘업 타운’ 음악과 아방가르드한 예술을 표방한 ‘다운 타운’ 음악으로 나뉘어 서로를 견제했다.

양쪽 어디에도 속하기를 거부했던 예일대 출신의 젊은 작곡가 마이클 고든, 데이빗 랭, 줄리아 울프는 이런 대립구도를 깨고자 1987년 이스트 빌리지의 한 갤러리(Exit Art Gallery)에서 당시엔 전무후무한 12시간 마라톤 콘서트인 ‘뱅 온 어 캔’을 열었다. 


이날의 실험은 25년이 넘는 역사로 진화해 이제 5000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는 뉴욕의 연례행사가 됐다. 한때 27시간의 지치지 않는 새로운 음악의 행렬을 보여준 적도 있다. 팝, 록, 재즈 등 음악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모든 장르를 끌어안는 ‘뱅 온 어 캔’의 새로운 사운드와 자유로운 분위기를 열렬히 지지하는 뉴욕의 젊은 관객층은 해마다 이 마라톤 콘서트를 통해 라이히나 필립 글라스와 같은 거장에서부터 재기 넘치는 신예들의 파격적인 음악까지 편견없이 만끽하고 있다.

‘뱅 온 어 캔’은 이제 연간 예산 수백만달러로 운영되는 엔터프라이즈로 성장해 마라톤 콘서트뿐만 아니라 길거리 밴드인 아스팔트 오케스트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진 작곡가들을 적극 육성하는 써머 뮤직 페스티벌, 관객들의 기부로 젊은 작곡가에게 곡을 위촉하는 피플스 커미셔닝 펀드(People’s Commissioning Fund)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992년에는 6명의 멤버로 구성된 산하 앙상블인 ‘뱅 온 어 캔 올스타(Bang on a Can All-Stars)’를 출범시켰다.

이번에 내한하는 ‘뱅 온 어 캔 올스타’는 전형적인 클래식 앙상블과는 달리, 피아노, 첼로, 베이스, 퍼커션, 기타(일렉트릭 포함), 클라리넷을 확성해 연주하는 앙상블로 뱅 온 어 캔의 주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핵심 그룹이다.

이들은 세 명의 창단 작곡가들의 음악을 비롯해 깡통 따는 소리, 슬롯 머신에서 들리는 소리, 칼 가는 소리 등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소리가 영상을 동반한 음악으로 변모되는 필드 레코딩(field recordings)이라는 최근의 프로젝트를 소개할 예정이다.

필드 레코딩은 2012년 창단 25주년을 기념해 시작했다. 저명 작곡가 뿐만 아니라 신예 작곡가들이 작곡한 5~8분 정도 길이의 신곡 모음이 셋리스트(set list)를 이룬다. 이 필드 레코딩 프로젝트는 지금도 새로운 곡을 위촉하고 있으며, 특별히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인 작곡가 김인현 씨의 신곡이 10곡의 셋리스트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들은 오는 29일과 30일 통영국제음악제에서도 공연한다. (문의:02-2005-0114)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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