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초 영암왕인박사문화축제 춘향대제가 열리면 왕인 박사의 고향인 전남 영암에는 일본 사절단이 방문해 예를 올리고 왕인 박사를 보내준 데 대한 감사를 표시한다. 일본측 사절단은 오사카(大阪)부 히라카타(枚方)시에 있는 ‘왕인총’의 환경수호회를 중심으로 꾸려지며, 일본인 관광객들이 개별적으로 합류한다.
▶왕인박사에 왕족급 예우= 일반적으로 동양사학계에선 임금의 무덤을 능(陵)이라하고, 임금 무덤으로 추정되지만 누구의 무덤인지 모를때 또는 왕실의 무덤일 경우 총(塚)으로 표현하며, 나머지는 ’묘(墓)’라고 하는데, 왕인 박사는 일본내에서 왕족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왕인총 주변에는 왕인공원이 조성돼 있다.
왕인총 수호회는 매년 봄, 가을 왕인 박사를 기리는 제를 올리고, 청소를 하거나 무궁화를 심는 등 세심한 관리를 하고 있다.
왕인총 환경수호회 회원들은 왕인문화축제 춘향대제에 참석, 왕인박사의 업적을 기리는 제를 올린다. 춘향대제는 전통제례의식에 의해 엄격하게 선발된 제관들이 옛 방식 그대로 제를 올리는 것이다. 올해 축제에는 야나기무라 준 회장, 후루사와 아키히사 부회장, 요시도메 가즈오 사무총장, 가나즈미 노리유키 고문, 가나즈미 마사미 고문 부인, 야나기시타 다미꼬 서기, 야마시로 교코 회계 등 7명이 공식 사절단으로 온다. 일본 학계 인사, 사학도, 관광객 등 비공식적인 자발적 참가자들도 매년 눈에 띈다.
영암군(군수 김일태)은 오는 4월3일 이들을 맞아 환영만찬을 베풀고, 4월4일 왕인박사 춘향대제를 이들과 함께 올릴 예정이다.
▶교토 동대사의 사슴은 백제 사절단의 후손= 4세기 근초고왕이 일본을 원정한 뒤 화친을 맺고, 이어 “학자를 보내달라”는 일본의 요청에 따라 왕인박사가 도일(渡日)한 것은 서기 407년이다. 영암의 상대포에서 출발했다고 향토사학자들은 전한다. 논어와 천자문 등 서책과 도공, 야공, 와공 등 기술자들로 일본 원정대를 꾸렸다.
학술, 공예는 물론 각종 기술과 음악까지 전수해 아스카 문화의 터전을 닦은 이후, 일본 현지 왕인 박사의 후손인 ‘스가와라 미치자네’의 가문은 일본내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왕인박사는 일본가요까지 창시했다.
여러차례 이어진 대일 문물 전수 사절단 중에는 사슴을 데리고 들어간 선각자들도 있다. 현재 오사카 인근 교토 동대사에 가면 관광객과 스스럼없이 접촉하는 사슴 수천마리를 만날수 있는데, 모두 백제인들이 데리고 간 사슴의 후손들이다.
한일 합동 배례인 춘향대제를 시작으로 4월4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영암왕인박사문화축제는 이같은 역사적 의미 이외에 수천년 자생한 국내 최대 벚꽃이 장관을 이루는 벚꽃이벤트이기도 하다. 월출산 바위와 어우러져 한폭의 동양화를 빚어낸다.
▶4.4~7 국내최대 벚꽃군락지에서 펼쳐지는 영암왕인축제= 이번 축제에는 도일과정 재연, 군민창작거리극 ‘왕인박사 일본가오!’, 왕인 박사가 전수해준 천자문, 종이, 도기를 테마로 한 ‘왕인 전래문물 놀이마당’, 외국인들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면서 왕인박사를 즐기며 배울 수 있는 ‘외국인 왕인문화탐험-헬로(Hello) 왕인’, 봉선대와 상대포역사공원 간 벚꽃길을 걷는 ‘구림꽃길 힐링걷기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올해는 ‘기(氣)의 고장’ 영암을 온 몸으로 느끼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단전호흡, 명상 등을 통한 ‘월출산 氣체험’, 전문가가 체질을 진단해주는 ‘사상체질관’, 왕인박사유적지를 출발해 기찬랜드까지 도보여행을 즐길 수 있는 ‘氣찬묏길 트레킹’ 등 영암의 ‘기’를 체험해 볼 수 있다.
▶갈낙탕, 짱뚱어탕, 장어구이...별미는 덤= 축제뿐 아니라 백리 벚꽃이 만개한 4월, 영암은 천상의 바위예술관이라 불리는 월출산과 천연 자연풀장인 월출산 기찬랜드, 국내 시유도기의 시원으로 알려진 영암도기박물관, 영암국제자동차경주장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또 구림한옥마을, 왕인박사유적지, 문산재, 양사재, 책굴, 돌정고개, 상대포, 도갑사, 덕진차밭, 영암호, 서호강 등은 숱한 절경과 유적지의 일부이다.
여행에서 맛있는 음식이 빠질 수 없다. 전라도 한우와 개펄에서 잡은 낙지를 탕으로 끓여낸 갈낙탕은 영암별미 중 제일이며 세발낙지를 젓가락에 감아 양념해 살짝 구워낸 낙지구이도 그 맛이 일품이다. 짱뚱어탕과 장어구이도 영암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