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위인들의 죽음을 둘러싼 은밀하고도 흥미로운 이야기
라이프| 2014-03-17 10:21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미국의 독립 영웅이자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그는 만년에 매우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았다. 은퇴 후 자신의 농장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내던 워싱턴이 생명의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 받은 처방은 피뽑기였다. 의사들은 갖가지 방식으로 그의 몸에서 2.3리터의 피를 뽑아냈다. 성인의 몸속에는 평균 5.4리터의 피가 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악의 시술이었지만, 당대에 피뽑기는 당연한 시술 중 하나였다. 마취도 없이 피뽑기 시술을 받던 워싱턴은 의사들에게 차라리 빨리 죽게 내버려달라고 애원해야 했다.

역사서와 위인전은 등장인물들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질 뿐, 그들의 죽음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는 무관심한 편이다. 그러나 당시에 삶을 살았던 사람은 결코 죽음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았으며,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옛사람의 죽음 사용 설명서(신인문사)’는 과거의 어처구니없는 의료기술부터 기이한 죽음의 풍습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역사서와 위인전에는 언급되지 않은 옛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병원에서 의사들은 베토벤의 위장에 구멍을 뚫고 관을 삽입했다. 아마도 베토벤은 그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고통스러운 날을 경험했을 것이다. 베토벤은, 진통제도 없이 맨 정신으로 자신의 배에서 40컵 정도의 고름이 같은 끈적한 회갈색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10리터 가까운 양이었다. 게다가 의사들은 위장을 뚫은 구멍에 천 조작 몇 개를 끼워 놓고 봉합한 뒤 베토벤을 그냥 집으로 돌려보냈다”(162쪽)

이 책은 사후 세계를 믿었던 고대 이집트인들의 미라 제조과정, 숱한 오해를 낳았던 클레오파트라의 진정한 사인(死因), 1950년대까지만 해도 모든 사체의 50%를 부검했던 서양의 부검 역사, 집단매장 풍습 때문에 사체를 찾을 수 없게 된 모차르트의 죽음, 마리 앙투아네트가 기요틴으로 처형당한 과정과 이후의 비극, 갖가지 억측으로 신비화된 아인슈타인의 두뇌 때문에 사후 그의 사체에서 뇌가 사라지는 과정 등 수천 년에 걸친 인간들의 죽음의 역사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123@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