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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비리 악몽 잊었나…금감원 쇄신안 ‘유명무실’
뉴스종합| 2014-03-20 10:56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금융감독원 간부가 3000여억원대 사기대출 사건에 연루된 가운데 금감원의 내부 직원관리와 감찰망이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년 전 금감원은 직원이 저축은행 관련 비리에 연루되자 강도높은 쇄신안을 내놨다. 그러나 현재까지 지켜지는 규정은 없다. 동양사태와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이어 내부 직원의 비리까지 터지면서 최수현 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011년 5월 ▷전 직원 대상 청렴도 평가 ▷직무 관련 외부인 접촉 시 신고 의무화 ▷검사ㆍ조사ㆍ감리 부문 업무수행 내용 전산기록 ▷전ㆍ현직 직원 금융회사 재취업 금지 등 강도높은 쇄신안을 내놨다.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한 직원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설립 이래 맞은 최대 위기였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도 금감원을 방문해 질책할 정도였다. 금감원은 ‘뼈를 깎는 자세로 쇄신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감독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쇄신안은 말뿐이었다. 발표 이후 쇄신안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청렴도 평가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5월 국ㆍ실장급 간부를 대상으로 한 차례 청렴도 평가를 한 게 전부다.

감찰 강화를 위해 당시 팀이었던 감찰 조직을 실로 격상시키고 부장검사 출신 감찰실장을 기용했지만 현재까지 적발한 직원비리 건수는 ‘0’건이다.

이번 사기대출 사건에 연루된 김모(50)팀장이 10여년 동안 대출사기 일당과 친분을 자랑하며 금품과 향응을 받았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내부 정보망도 부실해 금융업계와 언론보다 김 팀장 관련 의혹도 늦게 파악했다.

금감원 감찰실 고위 관계자는 “평소 김 팀장을 보면 비리에 연루될만한 사람이 아니었다”면서 “최근 언론보도에서 의혹이 불거지면서 감찰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무 관련 외부인 접촉 시 신고의무화 및 검사ㆍ조사ㆍ감리 부문 업무수행 내용 전산기록 의무 규정 적용도 허술했다.

김 팀장은 2011년 이후 검사업무(외환업무실), 조사업무(자본시장조사1국) 등을 담당했지만 전혀 관련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

금감원은 최근 전ㆍ현직 직원 금융회사 재취업 금지 규정도 없애려고 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현직인 이석우 금융감독원 감사실 국장은 대구은행 감사로 자리를 옮기려다 여론의 질타로 고사했다.

동양사태와 카드사 개인정보유출사태에 이어 내부직원 비리까지 터지면서 최수현 원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금감원이 자본시장의 불공정 사건 조사 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은 금감원 외부의 문제라 책임론에서 버텨낼 수 있었지만 이번 직원의 비리 연루 문제는 원장으로선 치명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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