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암덩어리 제거할 법안 “계류중” 한마디에 여야 ‘네탓’ 타령
뉴스종합| 2014-03-21 09:13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에 정치권이 술렁였다. 여당은 의사처리를 늦춘 야당 책임이라고 목소를 높였고, 야당은 트집 잡기가 도를 넘었다고 발끈하는 등 비난의 화살을 서로를 향해 겨눴다.

여야가 들끓은 이유는 1차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 인사말에서 나온 박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각종 부담금 납부 시 신용카드로 낼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며 시급히 처리해야 할 대표 법안으로 언급했다.

이 법안은 지난 2월 24일자로 정부발의로 접수됐다. 부담금을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등으로도 납부할 수 있도록 해 국민들의 편의를 고려하고, 부담금 징수율도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나온 법안이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원회인 기재위원회에 회부만 됐을 뿐, 법안심사소위에 상정조차 안됐다. 법안 제출 당시 상임위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은 민주당 등 야당의 보이콧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안홍철 KIC(한국투자공사) 사장이 트위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의원을 비방한 점을 이유로 기재위의 야당 의원들이 안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기재위 법안처리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나성린 의원실(여당 간사)측은 “안 사장 건 때문에 2월 중순부터 기재위는 사실상 올스톱이었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이에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기재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출신이었던 안 사장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을 바로잡자는 것은 누가 봐도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이 언급한 사례가 부적절하다는 원성도 제기됐다. 신용카드로 부담금을 낼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에 야당도 전적으로 공감하는데 마치 야당이 반대해서 법안 처리가 안 되는 것으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김현미 의원실측(야당 간사)은 “우리도 찬성하는 법안이라 상정만 되면 쉽게 처리될 수 있는데 규제를 양산하는 모습으로 오인돼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대통령이 야당과 각을 세우려는 태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가 늦춰지자 대통령이 이번엔 막 발의된 법안을 갖고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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