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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꿀까 만들까’… 與 서울시장 이미지 ‘전쟁’
뉴스종합| 2014-03-25 09:46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정치인들이 평소엔 장롱 속에 넣어두다 선거 때만 되면 꺼내드는 게 있다. 젊음의 상징인 ‘청바지’이다. 그리고 선거를 앞두고 등장하는 게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춤추는 정치인’이다. 평소 남들 앞에서 추지도 않았던 최신 유행춤이라도 상관없다. 유권자들에게 편안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고 또 즐거움(Fun)까지 선사해준다면 스스럼없이 춘다.

6ㆍ4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새누리당 후보들간의 ‘이미지 전쟁’이 한창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정몽준 의원은 아킬레스 건인 ‘재벌 2세’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 청바지를 입었고, 서울시민에게 인지도가 낮은 김황식 전 총리는 머리카락을 검은색으로 염색하고 크레용팝의 ‘점핑 댄스’를 선사했다. 21세기가 ‘이미지의 시대’로 불리는 만큼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하단 의미다.

이미지 컨설팅 전문가들은 선거전에 뛰어든 후보자가 단기간 안에 유권자들에게 비치는 이미지가 선거 승리의 한 축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권자들에게 매력적인 느낌(Feel)을 주고, 세련된 옷으로 어필(Fashion)하고 유머감각(Fun)을 선사하면서 유권자가 바라는 모습과 유권자에게 보이는 모습 간의 격차를 최대한 좁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선 정 의원(96.2%)보다 크게 떨어지는 70.6%의 인지도(글로벌리서치 조사 기준)를 가진 김 전 총리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데 승부수를 두고 있다. 이를테면 하얀 백지 위에 검은색 붓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셈이다.

김 전 총리는 두꺼운 안경알도 얇게 압축하고 연로한 이미지를 주던 금색테 안경도 검은색 뿔테로 바꿨다. 연하늘색 셔츠에 타이를 매지 않은 채 1차 정책공약 프리젠테이션(PT)을 갖기도 했다. 통상 후보자의 정책 공약 발표는 ‘연설’과 ‘보도자료’로 기자들에게 전달되는데 반면, 김 전 총리는 사진과 숫자로 깔끔히 디자인 된 프리젠테이션 자료집을 활용해 발표했다. 또 햄버거 점심 미팅을 갖거나 지하철에서 시민과의 만남을 이어가는 등 편안하고 젊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부심이다.

반면 정 의원은 늘상 따라붙었던 ‘부자’, ‘재벌 2세’ 이미지 꼬리표를 떼기 위해 청바지를 입고 장화를 신고 서울가락 시장과 노량진 시장을 찾았다. 이미 그림이 가득찬 종이를 잠시 접어두고 다른 종이를 꺼내 새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양새다.

아울러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노숙인 급식소를 찾아 배식 봉사활동을 했고 24일에는 서울 숭례문 앞에서 출근길 교통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후보나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소맥’(소주ㆍ맥주를 섞어 마시는 술) ‘치맥’(치킨 안주에 맥주) 제안도 자주 한다. 재벌 기업가라는 이미지를 떨치기 위한 총력전인 셈이다.

그렇다면 낮은 인지도를 가진 김 전 총리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게 어려울까, 기존의 ‘부자’ 이미지를 ‘서민’ 이미지로 바꿔가는 정 의원이 더 어려울까.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선 누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신율 명지대(정치학) 교수는 정 의원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김 전 총리는 인지도가 낮아 고정적인 이미지 자체가 없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기 나름”이라면서 “하지만 정 의원이 기존의 재벌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선 지금까지 노출된 것보다 더 많이 새로운 이미지로 노출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대중들에게 노출됐는가가 정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김 전 총리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가 불과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았는데 정치인으로서 ‘인지도’ 자체를 만들어 나간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 평론가는 “고건 전 총리만큼의 명성을 지녔을 때 행정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붙을 수 있는데 김 전 총리의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너무 낮다”며, “기초자치단체장도 아니고 광역단체장의 경우엔 인지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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