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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입은 ‘재벌’ 鄭 vs 걸그룹 춤춘 ‘신인’ 金
뉴스종합| 2014-03-25 11:10
정몽준 의원 “바꿔라”
출근길 교통봉사·소맥·치맥 등
부자 벗고 서민 변신 안간힘

김황식 전 총리 “만들자”
검은뿔테 안경쓰고 노타이 PT 등
낮은 인지도에 새 이미지 승부수

정치인들이 평소엔 장롱 속에 넣어두다 선거 때만 되면 꺼내 드는 게 있다. 젊음의 상징인 ‘청바지’다. 그리고 선거를 앞두고 등장하는 게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춤추는 정치인’이다. 평소 남들 앞에서 추지도 않았던 최신 유행 춤이라도 상관없다. 유권자들에게 편안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고 또 즐거움(Fun)까지 선사해준다면 스스럼없이 춘다.

6ㆍ4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서울시장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새누리당 후보 간의 ‘이미지 전쟁’이 한창이다.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하는 정몽준 의원은 아킬레스건인 ‘재벌 2세’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 청바지를 입었고, 서울시민에게 인지도가 낮은 김황식 전 총리는 머리카락을 검은색으로 염색하고 크레용팝의 ‘점핑댄스’를 선사했다. 21세기가 ‘이미지의 시대’로 불리는 만큼 이미지메이킹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미지컨설팅 전문가들은 선거전에 뛰어든 후보자가 단기간 안에 유권자들에게 비치는 이미지가 선거 승리의 한 축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권자들에게 매력적인 느낌(Feel)을 주고, 세련된 옷으로 어필(Fashion)하고 유머 감각(Fun)을 선사하면서 유권자가 바라는 모습과 유권자에게 보이는 모습 간의 격차를 최대한 좁혀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선 정 의원(96.2%)보다 크게 떨어지는 70.6%의 인지도(글로벌리서치 조사 기준)를 가진 김 전 총리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 승부수를 두고 있다. 이를테면 백지 위에 검은색 붓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셈이다.

김 전 총리는 두꺼운 안경알도 얇게 압축하고 연로한 이미지를 주던 금테 안경도 검은색 뿔테로 바꿨다. 연하늘색 셔츠에 타이를 매지 않은 채 1차 정책공약 프레젠테이션(PT)을 갖기도 했다. 통상 후보자의 정책공약 발표는 ‘연설’과 ‘보도자료’로 기자들에게 전달되는 데 반면, 김 전 총리는 사진과 숫자로 깔끔히 디자인된 PT 자료집을 활용해 발표했다. 또 햄버거 점심 미팅을 갖거나 지하철에서 시민과의 만남을 이어가는 등 편안하고 젊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부심이다.

반면 정 의원은 늘 따라붙었던 ‘부자’ ‘재벌 2세’ 이미지 꼬리표를 떼기 위해 청바지를 입고 장화를 신고 서울가락시장과 노량진시장을 찾았다. 이미 그림이 가득 찬 종이를 잠시 접어두고 다른 종이를 꺼내 새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노숙인급식소를 찾아 배식 봉사활동을 했고, 24일에는 숭례문 앞에서 출근길 교통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후보나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소맥(소주ㆍ맥주를 섞어 마시는 술)’ ‘치맥(치킨 안주에 맥주)’ 제안도 자주 한다. 재벌기업가라는 이미지를 떨치기 위한 총력전인 셈이다.

그렇다면 낮은 인지도를 가진 김 전 총리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게 어려울까, 기존의 ‘부자’ 이미지를 ‘서민’ 이미지로 바꿔가는 정 의원이 더 어려울까.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선 누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 의원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김 전 총리는 인지도가 낮아 고정적인 이미지 자체가 없기 때문에 남은 기간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기 나름”이라면서 “하지만 정 의원이 기존의 재벌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선 지금까지 노출된 것보다 더 많이 새로운 이미지로 노출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대중에게 노출됐는가가 정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김 전 총리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가 불과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는데 정치인으로서 ‘인지도’ 자체를 만들어 나간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 평론가는 “고건 전 총리만큼의 명성을 지녔을 때 행정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붙을 수 있는데 김 전 총리의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너무 낮다”며 “기초자치단체장도 아니고 광역단체장의 경우엔 인지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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