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취임 두번째 해에야 미국의 강한 압박으로 만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지만 두 정상간의 관계가 항상 험악했던 것은 아니다. 두 정상 간 인연은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일본 총리 때로 올라간다.
1961년 일본을 처음 방문한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기시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기시는 한일협정 체결 당시 막후 교섭역할을 했고, 박 전 대통령은 기시에게 1970년 일등수교 훈장을 수여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처음 만난 것은 2004년. 당시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던 아베 총리가 9월 방한 중에 당시 한나라당 대표인 박 대통령을 찾았다. 염창동 당사에서 이뤄진 만남에서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문제는 양국간 해결해야 할 큰 문제”라며 “미래세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아베 총리는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검정된 교과서를 합리적으로 선택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과거사 문제는 처음부터 두 정상의 화두였던 셈이다.
두 사람은 2006년 3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다시 만났다. 박 대통령은 당시 관방장관이던 아베 총리를 만나 “일본은 가해자고, 한국은 피해자라는 것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고, 그 바탕 위에서 (과거사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달 후 박 대통령이 지방선거 유세 도중 ‘커터칼 피습’ 사건으로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을 때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 병실에 쾌유를 비는 난과 일본산 쇠고기를 보내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초 당선인 신분이던 박 대통령에게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등을 특사로 보내 자신의 친서를 전달하며 일본 방문을 공식 초청해 좋은 관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아베 내각의 노골적인 우경화와 역사왜곡 행보로 두 정상의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다보스 포럼 등에 나란히 참석했지만 정식회담은 하지 못하고 어색한 조우를 하는데 그쳤다. 줄곧 아베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에 적극성을 보였으나 박 대통령이 “성과를 낸다는 보장 없이 회담을 위한 회담은 않겠다”고 거절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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