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러시아 최대 투자기업 BP, 서방 제재 ‘속수무책’
뉴스종합| 2014-03-26 11:19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영국의 석유메이저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풍전등화’ 상태에 놓였다. 서방이 러시아 제재 조치를 본격화하면 러시아 최대 투자기업인 BP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G8(주요 8개국)의 러시아 축출로 양측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BP가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 될 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BP의 주가는 이달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반도에 군대를 전격 배치한 이래 6%가 떨어졌다.

다우존스의 석유ㆍ가스기업 타이탄 지수에 편입된 30개 기업 중,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을 제외하면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한 것이다.

시장은 이를 서방 제재의 ‘후폭풍’을 예고하는 전조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방의 대러 제재 강화 이후 BP의 러시아 내 투자 자산 가치가 추락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서둘러 발을 뺀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BP는 단일기업으로는 러시아에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BP는 지난해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의 지분 20%를 매입했다. 지난 2003년 BP가 80억달러를 들여 러시아 컨소시엄사 AAR와 설립한 합작 에너지회사 TNK-BP의 지분 절반을 로스네프트에 넘기면서다.

총 인수금액 550억달러 중 로스네프트로부터 건네받은 현금 125억달러를 제외하고 나면, BP가 갖고 있는 로스네프트의 지분 규모는 300억달러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로스네프트 투자를 통한 원유 생산량은 BP 전체 산유량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 또BP 순익의 13%가 로스네프트에서 나온다.

여기에 지분 소유를 통해 로스네프트와 직접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로스네프트의 회장인 이고르 세친은 이른바 ‘푸틴의 친구들’로 불리는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중에서도 가장 핵심인 인물이다. 지난 20여년 간 푸틴 대통령의 심복을 자처해왔다.

따라서 지금은 러시아 에너지기업 제재로 인한 ‘부메랑’을 우려한 서방 사회가 로스네프트에 대한 즉각적인 제재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결국엔 BP 장기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에드워드 존스 증권의 브라이언 영버그 애널리스트는 “러시아는 미국에 이어 BP의 최대 수익 원천”이라면서 “제재가 강화되면 BP가 다른 에너지 기업들보다 피해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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