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김한길 통합신당 공동대표가 정식 선출되고 듀엣으로 관중석을 한바퀴 돌며 인사할 때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각자 솔로로 나서 대표 수락연설을 할 때는 팬클럽 여성들이 공동대표의 이름을 외치기도 했다. 게스트의 무용 공연 등 각종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이른바 ‘조인 콘서트’였던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대회는 이처럼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사진=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전반적인 분위기는 비장함이었다. 안 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와 힘 있는 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안한다. 약속을 지켜달라는 말씀, 다시 한 번 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거짓말 정치에 대해서 국민들이 반드시 표로써 심판하실 것”이라며 열변을 토했다. 무대 정중앙에 설치된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과 그 옆에 새겨진 ‘새정치는 대한민국과의 약속입니다’라는 문구에서 이들이 약속을 얼마나 ‘목숨’처럼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올림픽홀 장내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장외로 나온 참석자들의 목소리는 장내와는 사뭇 달랐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약속 중 하나인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 것. 호남 지역 기초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는 박모씨는 “공천을 못받으니 사실상 번호도 없이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늘 서울 올라오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경기도당 소속이라는 이모 씨는 자신이 모시는 후보자가 출마를 포기하려고 한다며 “완전히 팽당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삼삼오오 모여 무공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서로 상의하는 무리도 눈에 띄었다.
통합과정에 깊숙히 개입했던 실무자들은 통합에 염증을 느낀 듯한 인상도 풍겼다. 창당대회 중간에 장외로 나온 신당추진단 한 분과위원은 “당분간 지역구에만 있고 싶다”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 당직자를 맡았던 한 의원도 “이젠 다시는 (당직업무) 안 한다.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콘서트의 사전적 의미는 2인 이상이 음악을 연주하며 청중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콘서트에 참여하는 이들의 하모니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내의 화려하고도 비장한 콘서트와 달리 장외의 불만 가득한 속내들을 목격하고 나니 야심차게 출범한 새정민주연합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기까지는 갈길이 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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