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끈하게 통한 양국 정상…일문일답
“아버지는 아우토반 보며 고속도로 구상
나는 강소기업 육성 노하우 등 경제에 접목
한국의 히든챔피언 만들 방안 연구”
메르켈총리
“한반도 통일위해 다자간 협의체 구성 중요
무역협력 등 논의하며 주제 넓혀가야
경제지원이 문제…마음의 준비도 필요”
[베를린(독일)=홍성원 기자] 14년 친분의 박근혜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확실하게 통했다. 통일은 물론 경제 분야에서 폭넓은 교류를 약속하며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26일(현지시간) 베를린 연방총리실에서 열린 정상회담과 뒤이은 공동 기자회견은 한국ㆍ외신 기자 100여명이 참석해 분위기를 후끈 달궜다. 40여분간의 회견에서 두 정상은 양국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연 점과 그 근거를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했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각국 기자들이 자신이 아닌 박 대통령에게 질문했는데도 과감하게 끼어들어 “몇가지 말씀드리겠다”거나 “마지막 질문 다시 정리해달라”고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일본의 역사왜곡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을 땐 두 정상이 ‘다자협의체’를 똑같이 거론하며 끈끈한 공조가 가동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메르켈 총리는 통일과 관련해선 “독일 통일은 정말이지 행운이자 대박”이라며 ‘대박’을 독일어로 말해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공감을 표했다. 다음은 두 정상의 주요 일문일답.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오후(현지시간) 베를린 인근 전쟁희생자 추모관을 찾아 헌화했다. 이날 헌화는 제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고 희생자들에게 솔직하게 사과하는 독일 정부에 대해 존경을 표시하는 동시에 과거사 왜곡에만 몰두하는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4년 독일을 방문하고 50년 만에 독일을 찾은 소감과 이번 방문 계기로 생각하는 국가비전은 뭔가.
▶박 대통령=50년 전과 비교를 해보면 참 많이 발전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독일을 방문하게 돼 감개무량하다. 올해가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이 되는 해인데 통일 독일의 모습을 보면서 통일 한국의 비전을 세워보고자 한다. 독일이 갖고 있는 통일에 대한 경험, 지식을 참고로 해서 한반도에서도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하는 것을 구체화해 나가고자 한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당시 대통령으로 여기 오셔서 아우토반이라든가 제철소를 보면서 고속도로를 구상하고 제철소 산업 육성을 계획했다. 나는 독일의 가장 잘 갖춰진 산학연 3각 협조체제와 히든챔피언으로 불리는 이런 강소기업 육성 방안을 우리 경제에 접목시켜 우리도 그런 히든챔피언을 많이 만들어낼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메르켈 총리=몇 가지 말씀을 드리겠다. 박 대통령은 베를린 이외도 작센주를 방문한다. 옛날 동독 지역이었는데 통일 후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구 동독 연방주 헤센주도 방문한다. 두 연방주는 혁신력이 뛰어나다. 혁신분야에서 한국과의 교류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특히 전기전자, 스마트폰 제품이 세계적으로 뛰어나고 독일이 자극받고 있다. 한독 중소기업의 협력을 기대한다.
-(박 대통령에게)국제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 나눴다는데 동아시아 문제는.
▶박 대통령=동아시아, 동북아 지역은 영토니 역사문제, 이런 걸로 갈등은 일으키지만 경제적으로 상당히 서로 의존하는 떼려야 떼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협력의 틀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행동은 있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갈등을 풀어갈 수 있는 협의체가 동북아에는 없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된다. 아주 어려운 이슈보다는 기후변화, 재난구조, 원자력 안전 등 그 나라가 공감할 수 있는, 공동대응을 할 수 있는 연성 이슈부터 풀어나가면서 신뢰, 협력의 관행을 쌓아나가고 어려운 안보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는 다자적인 협의체를 가져야 하겠다.
-(메르켈 총리에게) 통일을 이룩한 독일에서 봤을 때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뭔가. 인권 유린에 사과해온 총리가 보기에 일본의 왜곡발언은 어떻게 생각하나.
▶메르켈 총리=먼저 마지막 질문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 박 대통령께서 방금 말했다. 다자 간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협력, 무역협력 이런 부분을 논의하면서 주제를 광범위하게 넓힐 수 있을 것 같다. 지역 안보문제도 협의할 수 있다. 독일 통일은 정말 행운이자 대박이다. 그래서 대박이란 말이 나의 느낌도 반영하고 있다. 저 역시 통일의 산물이라고 말씀드리겠다. 통일이 되면 경제지원이 문제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준비를 많이 하면 통일이 수월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통일 염원이 크다고 들었다. 그를 위한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