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황금낙하산’을 막아라”
뉴스종합| 2014-03-29 12:49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월가의 탐욕을 막기 위해 도입된 ‘황금낙하산’ 규제책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황금낙하산이란 기업 간 인수ㆍ합병(M&A)으로 피인수 기업의 임원이 임기 전 사임하게 될 경우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거액의 퇴직금을 가리키는 말이다. 보통 인수 대상 기업이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의 노동계약상 퇴직금 금액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 CEO들이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챙기는 것이 문제가 되면서 황금낙하산 관행에도 제동이 걸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도드-프랭크법’을 도입, 주주들이 기업 임원의 보수액을 찬반 표결에 부칠 수 있도록 했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그러나 여전히 황금낙하산 관행이 월가에서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미국 최대 케이블 방송사업자 컴캐스트가 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타임워너케이블의 경우, 올 1월 취임해 역임기간이 3개월밖에 되지 않는 로버트 마커스 CEO에 8000만달러(약 855억원)의 퇴직금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컴캐스트의 인수 작업이 탄력을 받게 되면, 그가 거머쥐게 될 이 거액의 퇴직금은 2011년 이래 최대 규모의 황금낙하산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또 미국 아울렛 운영업체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의 데이비드 사이먼 CEO의 경우, M&A 때 2억4500만달러(약 2619억원)를 받게 돼있다는 사실이 지난해 주주총회 위임장을 통해 밝혀졌다.

그밖에 글로벌 미디어기업인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즈의 데이비드 자슬라브 CEO의 황금낙하산도 2억3200만달러(약 24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 일반적인 대기업에서 임원들의 황금낙하산 규모는 규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소폭 감소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회생 자문회사 알바레스앤마설에 따르면, 상위 200개 상장기업에서 M&A시 CEO에게 지급하는 퇴직금 규모는 2011년 3020만달러에서 2013년 2990만달러로 30만달러 줄어드는 데 불과했다.

이에 대해 미국 주주총회 분석기관 ISS 산하 아메리카스 연구소의 캐럴 보위 대표는 “적대적 M&A에서 우호적ㆍ전략적 M&A로 시대가 바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임원들에겐 황금낙하산이 여전히 뜻밖의 횡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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