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몬스터 엘니뇨’ 글로벌 경제 덮칠까…세계 농산품시장 요동
뉴스종합| 2014-03-31 09:01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몬스터 엘니뇨’의 공습이 임박했다.

지난 1997∼1998년 전 세계를 할퀴고 간 슈퍼 엘니뇨가 올해 또다시 찾아온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당시 해수온도가 평년보다 5℃ 이상 높아지는 엘니뇨로 2만3000명이 목숨을 잃고 35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따라서 이번에 몬스터 엘니뇨가 재발하면 글로벌 시장에도 적잖은 충격을 가져올 것이란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엘니뇨 확률 60%=기상 전문가들은 올해 엘니뇨 발생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컬럼비아대 국제기후사회연구소(IRICS)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향후 6개월 내 엘니뇨가 시작될 확률이 50%에서 60%로 올라갔다고 밝혔다.

엘니뇨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인도. [자료=라이브민트]

IRICS는 지난달 6일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과 함께 올해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50%를 넘었다고 밝히며 ‘엘니뇨 주의보(watch)’를 발령했다. 그러나 불과 21일 만에 예상치를 10%포인트 끌어올린 것이다.

이에 대해 에릭 블레이크 NOAA 허리케인센터 소속 전문가는 “태평양의 기상 조건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면서 “1997∼1998년 몬스터 엘니뇨 직전 상황과 소름 끼치게 닮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호주 기상청(BOM)은 지난달 25일 엘니뇨의 강도를 나타내는 남방진동지수(SOI)가 -12.6을 기록해 지난 2010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 SOI가 -8 아래로 내려가면 엘니뇨가 고 본다.

그밖에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와 미국 민간기상업체 MDA웨더서비스 등은 최근 잇달아 엘니뇨 발생률이 올 하반기 75%에 달할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인도경제 직격탄=엘니뇨 피해가 집중될 곳으론 인도가 지목된다. 인도는 농업 부문이 국내총생산(GDP)의 14%를 차지하는 농업국가다. 엘니뇨로 작황이 타격을 입으면 인플레이션과 성장 위축 등 연쇄 피해가 불가피하다.

실제 미국 투자회사 제프리스에 따르면 인도에서 엘니뇨가 일어날 때마다 곡물 수확량은 평균 4.7% 감소했다.

또 2002년 엘니뇨 때는 강우량이 20% 급감하면서 곡물 생산량이 18% 줄어들었다. 그 여파로 GDP는 3.9%로 주저앉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오는 4월 시작되는 2014∼2015회계연도 인도 GDP 성장률을 5.4%로 예상하고 엘니뇨로 인해 여기서 50∼75bp(1bp=0.0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티그룹도 2015∼2016 회계연도 GDP 성장률 예측치 5.6%에서 50∼90bp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로히니 말카니 인도 시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산정하는 데 식품이 50%를 차지한다”면서 “엘니뇨의 충격이 반영되면 CPI도 당초 예상치인 8%보다 웃돌게 될 것”으로 설명했다.

또 인도 신용평가사 CRISIL은 더 나아가 올해 엘니뇨로 인플레이션이 두자릿수로 증가하는 데 이어, 2015∼2016 회계연도 GDP 성장률은 6%(예측치)에서 5.2%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 농산품시장 ‘들썩’=엘니뇨의 공포는 국제 농산품 선물시장까지 옮겨붙고 있다.

엘니뇨가 인도뿐 아니라 호주, 브라질 등 대표적 농업국가에 폭넓게 충격을 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설탕, 커피, 고무 등 소프트원자재뿐 아니라 천연가스까지 생산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상품시장 선물가격을 일제히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 지난달 29일 런던 ICE 시장에서 코코아 5월 선물가격은 톤당 2983달러에 거래를 마쳐 지난달 초 기록한 2년 반래 최고치(3039달러)에 근접했다. 이날 아라비카 커피는 파운드 당 180.60센트에 장을 마감, 주간 상승률 5.5%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세계 최대 커피ㆍ사탕수수 생산국 브라질과 동남아시아에 가뭄이 계속되면서 농산품 가격이 일제히 랠리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엘니뇨 재발설’이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밀 가격의 상승세도 장기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또 블룸버그 통신은 특히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고무 생산량이 올해 6∼8% 떨어질 것이라면서 엘니뇨발(發) 농산품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는 31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발표될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를 입수해 지구 평균 기온이 2.5℃ 상승하면 글로벌 GDP는 최대 2% 감소하고, 밀, 쌀, 옥수수 등 주요 작물의 수확량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발되는 비용은 연간 700억∼1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엘니뇨와 라니냐 등 이상현상으로 인해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글로벌 경제도 시험대에 오를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sparkling@heraldcorp.com


☞엘니뇨(El Niño)=남미 페루 및 에콰도르의 서부 열대 해상에서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 ‘엘니뇨’라는 단어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를 의미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페루 연안은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0.5℃ 상승하는데, 심할 때는 7∼10℃ 정도 높아진다. 이로 인해 어획량이 줄어 어장이 황폐화되고, 상승기류가 일어나 중남미 지역에 폭우나 홍수의 기상이변이 일어난다. 반면 태평양 반대쪽인 호주 일대에는 극심한 가뭄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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