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듣기·읽기보다 말하기·쓰기에 초점
IT업계는 ‘영어 커트라인’ 잇따라 폐지
기업들이 신입사원 전형을 스펙(spec)을 따지는 정량평가 대신 원하는 인재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살피는 정성평가로 바꾸면서 영어 점수도 토익(TOEIC) 점수를 보지 않거나 비중을 줄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토익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공인영어점수 대명사로 자리잡으면서, 구직자들에게 하나의 장벽으로 인식돼 왔다.
▶4대 그룹, 대부분 영어 참고사항으로 활용=삼성그룹의 경우 각 계열사ㆍ부문별 기준에 따라 OPIc이나 토익 스피킹(speaking) 제출을 통해 영어 말하기ㆍ쓰기 능력을 본다. 하지만 듣기ㆍ읽기 중심의 기존 토익 점수는 반영하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공채 지원시 토익, 토플, 토익 스피킹, 텝스, 텝스 스피킹 등 공인영어시험 점수가 있어야 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입사 제한 조건이다. 영어 성적 커트라인이 따로 없고 영어 외에 다른 요소를 살핀다.
SK그룹도 삼성과 마찬가지로 OPIc 같은 공인영어시험 말하기 점수 성적표를 의무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영어가 필요한 직군으로 전배할 때 참고사항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존 토익은 지원서에 점수를 적게 돼 있지만, 전형에는 반영하지 않는다.
계열사별로 전형하는 LG그룹의 경우 대부분 계열사가 공인영어시험 점수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이들 계열사는 지원서에 토익 등 공인영어시험 성적을 적는 칸을 두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참고사항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유로운 IT업계, 대부분 ‘영어 커트라인’ 없애=한화그룹의 경우 지원서에 외국어를 지정하지 않고 점수를 적는 칸만 있다. 한화 관계자는 “적은 점수를 굳이 반영할 필요가 없다”며 “외국어가 필요한 직군 지원자는 인터뷰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상반기부터 어학성적 자격을 폐지했다. 두산그룹의 경우 OPIc 등 영어 말하기 시험 성적 제출이 의무이긴 하지만 커트라인은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넥센타이어도 토익, OPIc에 대한 실질적인 커트라인을 두고 있지 않다. 지원 자격은 있지만 낮아도 충분히 지원이 가능하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커트라인보다 영어 점수가 낮아도 합격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출퇴근이 자유롭고 창의적 생각을 중요시하는 IT(정보통신)업체의 경우 공인영어점수 제한을 폐지한 기업이 많다. KT는 공인영어점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올해로 2년째다. 자기소개서에 토익 점수가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지원자는 적어넣을 수 있다.
네이버의 경우 지원서 중 자격증 칸에 지원자가 토익 점수를 기재할 수 있다. 하지만 토익 점수 기재가 의무사항이 아닐 뿐더러 토익 점수가 당락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음도 어학점수에 제한이 없다. 다음 관계자는 “영어점수는 물론 전공, 학점도 제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신상윤ㆍ박수진ㆍ황유진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