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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 주도권 두고 법조계 vs 금융계 대립
뉴스종합| 2014-04-10 17:06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한시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상시화를 두고 법조계와 금융계가 대립각을 세웠다. 기촉법이 금융권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주된 내용인 만큼 기촉법의 상시화 여부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 주도권이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촉법이 상시화되면 관치금융 우려가 있다는 법조계 주장에 금융계는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상시화가 필요하다며 팽팽히 맞섰다.

한국금융학회는 1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연구원과 함께 ‘기업구조조정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기촉법 상시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구회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부장판사와 오세용 중앙지법 파산부 판사는 기촉법을 상시화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기촉법은 외환위기 이후인 지난 2001년 한시법 형태로 입법돼 일몰 시한이 4번 연장됐다. 지난해 12월 말에도 시한이 2년 연장돼 2015년 12월 말까지 효력을 발생하도록 했다. 채권 금융회사가 주도로 진행하는 기업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이런 기촉법을 근거로 진행된다.

오 판사는 “기촉법 상시화에 대한 찬반을 명확히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기촉법에 위헌 소지 등 적지 않은 취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 판사에 따르면, 기촉법은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 기업들은 주채권은행의 통보에 따라 신청하기 때문에 채무자에게 신청 권한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워크아웃 진행 과정에서 채권 금융기관 협의회가 기업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점도 재산권 침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오 판사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가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만큼 구조조정 과정에서 당국이 금융회사를 통해 의견을 제시하거나 특정 산업분야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등의 ‘관치금융’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오 판사는 ”법원의 회생절차와 달리 워크아웃 진행 내용은 채권단과 기업 이외에상거래 채권자나 회사 직원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파악하기 어렵다”며 “진행 과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금융계에서는 기촉법의 여러 단점에도 불구, 효율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촉법이 없으면 채권단의 워크아웃 작업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워크아웃이 (기촉법과 같은 근거 법률 없이) 자율협약 형태로 추진되면 금융기관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신속한 구조조정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산업별 구조조정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기촉법은 규정이 간단해 해석상 분쟁 소지가 있으므로 상시화할 때는 세부규정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위헌 논란이 제기된 채권 금융기관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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