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횡령 · 배임혐의로 구속·STX조선해양은 상장폐지…재계 “한국기업史에 남긴 의미는 그 자체로 평가받아야 ”
평사원에서 시작해 ‘샐러리맨의 신화’를 현실화했던 강 전 회장, 그의 인생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파도와 같았다. 강 전 회장은 2001년 5월 1일 STX그룹을 세운다. 전신은 쌍용중공업이다. 쌍용중공업 CFO(최고재무책임자) 전무를 거쳐 회사를 인수한 외국계 컨소시엄에 의해 최고경영자로 발탁된 강 회장은 스톡옵션과 직장 생활에서 모은 전 재산 20여억원을 털어서 쌍용중공업을 인수,STX를 출범시켰다. 이후 STX의 성장은 눈부실 정도로 찬란했다. 강 전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ㆍ합병(M&A)으로 영역 확장에 나선다. 범양상선(현 STX팬오션)과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등을 인수해 조선, 해운, 건설업으로 외형을 넓혀 STX그룹은 자산 총액 24조3280억원(공정위 2013년 4월기준)까지 커졌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發) 금융 위기 이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다. 주력 사업인 조선, 해운이 깊은 불황에 빠진 것이 원인이었다. M&A도 발목을 잡았다. 결국 핵심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을 비롯해 STX중공업, STX엔진, STX팬오션 등 주력 계열사들이 채권단 자율협약 또는 법정관리행을 택하며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다. 강 전 회장도 채권단의 의지에 따라 경영권에서 손을 떼게 된다. 마치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처럼 그룹 내 계열사는 뿔뿔이 흩어져 각자도생 하게 됐다.
한 기업인은 강 전 회장과 STX를 두고 “겁없는 청년과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만큼 한국 경제계를 긴장시키기 충분했다는 의미다. 또 ‘개천용(개천에서 용나는 시절)’을 그리워하는 일반 대중들에게 짜릿한 성공신화였다. 황금 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아도 본인의 노력에 따라 기업의 총수도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그의 죄는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하지만 강 전 회장과 STX가 한국 기업사(史)에 남긴 의미는 그 자체로 객관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재계의 목소리다. 그래야 제2, 제3의 ‘강덕수의 도전’이 또 다른 샐러리맨의 신화, ‘월드베스트’의 꿈으로 이뤄질 수 있을테니.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