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제니퍼 시니어는 지난 2010년 ‘뉴욕 매거진’에 ‘모든 게 기쁨, 그러나 재미는 전혀 없음(All Joy and No Fun)’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가 발표했다. ‘왜 부모는 육아를 싫어하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이 기사는 ‘육아는 인간에게 가장 의미 있고 기쁜 일이라는 데에 이론의 여지가 없는데 왜 부모들은 불행한가’라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조회 수 150만 건을 기록하는 등 미국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저자는 수년간의 추가 조사와 연구 끝에 지난 1월에 이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커버스토리로 다뤄지는 등 집중 조명을 받았다.
두 살배기 아이를 둔 엄마는 평균적으로 3분에 한 번씩 어떤 명령을 내리거나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아이들은 평균적으로 60퍼센트만 복종한다는 연구, 집에 있던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가 여전히 자식을 데리고 있는 부모에 비해서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 등 이 책은 정서적ㆍ금전적으로 예전의 부모들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자본을 아이에게 쏟아 붓는 오늘날의 부모들이 왜 그렇게 힘든지를 보여주는 여러 연구 결과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최근 수십 년 사이에 부모가 되는 경험은 과거와 비교해 정말 많이 달라졌는데, 수많은 육아서들은 부모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만을 다루지 아이가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을 묻진 않는다”며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자식이 부모를 새로운 형태로 바꾼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아이에 대한 책이 아니라 부모에 대한 책이다. 당신의 아이가 당신 부부의 결혼생활이 나아갈 방향, 당신의 직업, 당신의 친구, 당신의 야망, 당신의 내면의 자아를 자기 마음대로 비틀 때 당신은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21~22쪽)
저자는 지난 반세기 동안 육아 경험이 과거보다 복잡해진 이유로 세 가지 변화를 든다. 첫 번째는 ‘선택’이다. 관습이나 의무 때문에 아이를 가졌던 과거의 부모에 비해 요즘의 부모는 아이를 선택할 자유를 갖는다. 예전엔 의무였던 육아를 이젠 자신의 소중한 성취로 여기기 때문에 자신이 원할 때 더 적게 아이를 낳고 그만큼 더 기대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일의 복잡성’이다. 기술발달로 인한 업무시간의 확대와 직장인 여성의 증가로 가정생활은 남녀 모두에게 보다 복잡해졌다.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번째 변화는 ‘어린이의 위상 변화’이다. 과거의 아이들은 경제적으로 유용했던 일꾼이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족경제를 지탱하는 부담은 오로지 부모만 지게 됐다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를 보호하고 먹였으며 아이는 이제 돈 먹는 하마가 되었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인간관계 균형이 무너졌다. 아이들은 이제 일을 하지 않았고 부모들은 두 배로 일을 했다. 아이들은 손아랫사람에서 손윗사람으로 바뀌었다.”(19쪽)
그러나 저자는 아이들이 무작정 부모를 힘들게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부모를 판에 박힌 일상에서 해방시킨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부모가 아이를 돌보거나 놀면서 자신이 쌓은 견고한 선입견ㆍ규칙ㆍ의무 등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이 어릴 때 가졌던 ‘격동과 격렬함’ ‘정서적 차원의 생명줄’ ‘최초의 광기’를 경험하고, 머리로만 세상을 받아들이는 경향에서 벗어나 직접 몸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되돌아갈 기회를 얻는다고 말한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