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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社外이사 사전엔 반대란 없었다
뉴스종합| 2014-04-21 10:50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지난해 국내 주요은행 소속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서 단 한차례도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거수기 논란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금융권을 넘어 우리나라 기업의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도록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1일 헤럴드경제가 신한ㆍ국민ㆍ하나ㆍ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이사회 의사록을 분석한 결과, 이들 은행에서 사외이사들이 작년 한해 동안 의결한 총 224건의 안건 중 부결 처리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24건은 모두 만장일치로 가결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개 은행에서 모두 24명의 사외이사들이 벌인 총 5376번의 투표 결과는 모두 찬성이었다.


그동안 사외이사에 대해 제기됐던 거수기, 방패막이, 예스맨 등이라는 지적이 이번 의사록 분석을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이사회 의사록엔 정기주주총회 소집, 배당과 재무제표 및 영업보고서의 승인 등 통상적인 안건 외에도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지분 추가인수건,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 은행장 직무대행 선임의 건 등 핵심 안건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 사외이사들의 연봉은 점점 오르는 추세라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저금리 여파로 ‘수익 혹한기’를 보내야 했던 작년에도 연보수가 증가했다.

신한ㆍKBㆍ하나ㆍ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지난해 연봉은 전년대비 20% 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연봉은 6675만원으로 전년 평균치(5595만원)보다 19.3%(1080만원) 증가했다. 삼성전자 사외이사들의 연봉(6000만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KB금융 사외이사들(9명)의 연봉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2012년보다 1210만원 오른 9200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했다. 신한금융(10명)이 630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고, 하나(8명)와 우리(7명)는 각각 5700만원, 5500만원을 기록했다.

연봉을 한 시간 남짓한 회의 횟수로 나눠보면 액수가 크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총 9번의 이사회를 개최했다. 소속 사외이사들이 회의 한 번에 700만원을 챙긴 셈이 된다. 우리(회의 9회, 611만원), 하나(11회, 518만원), KB(20회, 460만원) 등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사외이사들이 제대로 된 의견을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오너와의 학연ㆍ지연ㆍ인맥 등으로 얽힌 사적관계 때문이란 분석이다.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도 이 관계 때문인데 반대 입장에 서기가 태생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또 원래 자신의 분야가 아닌 경우가 많다 보니 회사 경영진의 입장을 거스를 만한 전문적인 식견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사회가 업무집행 기능과 경영진 감독 기능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도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금융경제학)는 “거수기, 고액연봉 논란을 빚는 사외이사제도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돌아가는지 점검이 시급한 때”라고 지적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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