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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박사 “ 직장 스트레스 당연…문제는 퇴근 후”
뉴스종합| 2014-04-22 09:07
[헤럴드경제=김태열ㆍ손미정 기자] 월요일부터 갑갑하다. 아니 월요일이라서 막막하다.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직장일, 마치 주말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요원함까지. 이 모든 것이 익숙해져버린 평범한 4월의 어느 날, 서초동 세라토닌문화원에서 이시형 박사를 만났다.

세라토닌문화원의 외관은 단촐하다. 단독주택촌에 자리한 가정집에 조그만 간판을 달았다. 숨을 턱턱 막는 복잡한 도심의 ‘속도감’은 온데 간데 없다. 정원을 향해 열려있는 문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관자놀이를 누르던 답답함이 가신다. 힐링 포화시대. 음식도, 책도, 여행도 다 힐링이다. 힐링에 대한 불신과 피로감이 누구보다 크지만, 문득 ‘힐링’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머릿 속을 스친다. 

이시형박사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이시형 박사는 요즘 이곳 세로토닌 문화원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주말에는 홍천에 있는 힐리언스 선마을로 간다.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지방에서 강연도 하고 있다. 만 80세.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지만 그의 일주일은 누구 못잖게 바쁘다. 이 박사는 “이 보다 더 늙으면 더 이상 강연을 못한다는 생각때문에 먼 곳이라도 오라면 (강연을) 나간다”며 웃었다.


■ 직장 스트레스는 당연… 문제는 ‘퇴근 후’다

“직장인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 인터뷰를 위해 자리를 잡고 선 제일 묻고 싶었던 질문을 가장 급하게 던졌다.

돌아오는 그의 답은 기대 밖이다. 직장 스트레스는 당연하다고 했다. 취업난 시대, 월급을 주는 직장에 스트레스마저 없으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이 박사는 “어느 직장이든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직장 월급으로 아이들 공부시키고 하지 않나. 불평이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은 직장을 다니면 안된다”고 말했다. 직장이 편하고 신나면 월급을 받을 것이 아니라 되레 ‘입장료’를 내야하지 않냐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가 생각하는 직장인 스트레스의 시작점은 직장이 아닌 ‘퇴근 후’다. 그 중에서도 회식은 바뀌어야할 직장 문화 중 일순위이라고 했다. 이 박사는 “회식을 하면 누가 한 사람 죽어야 집에 간다. 이튿날 그렇게 출근하면 피곤하니 일이 안된다”며 “일과 중에 우물쩡하면 야근하고, 그 후에 한잔하자고 하니 악순환이 매일 되풀이 된다. 밤 문화를 바꿔야한다”고 지적했다.

“불평을 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것은 자기 결심에 달렸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가령 스마트 폰에 쉴새 없이 날아드는 뉴스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 박사는 그래서 휴대폰을 갖고 다니지 않는다. 안 보면 스트레스가 없다. 이 박사는 “(뉴스를 봐야하는) 그 직업에 있는 이상 불평을 하면 안된다. 결국 직업도 내가 결정한 것 아닌가”라며 “자기가 책임을 져야한다. 사람들은 권리만 주장한다. 담배도 그렇다. 결국 담배를 피는 것도 자기 의사 아닌가”라고 말했다.


■ 인생의 전반전에 후반전 준비 마쳐야 한다

“내가 생각해왔던 것을 펼치기 위해서는 책이 제일 나은 것 같다”. 틈틈히 책을 써 온 그는 일 년에 많으면 네 다섯권의 책을 낸다. 최근에는 75번째 책 <인생내공>이 나왔다. 이번 책에는 “인생의 전반전이 50대 중반까지라면 그 이후부터는 후반전이다. 주위를 보면 후반전을 위한 준비가 안돼 있다”는 평소 그의 생각이 담겼다.

인생 100세 시대다. 후반전은 전반전보다 더 길고 복잡하다. 이 박사의 말을 빌리면 ‘까다롭고, 어렵고, 하지만 힘은 없고, 책임은 많은’ 것이 후반전이다. 국민연금으로는 어림없다. 그럼에도 치열한 전반전을 살아내느라 막상 후반전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이는 많지 않다. 이 박사는 “베이비부머들이 벌써 은퇴를 하고 다시 노동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식당이나 편의점을 많이하는 데 3년내로 망한다”며 “베이비부머들은 유에서 무를 창조한 세대다. 그런 베이비부머들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후반전에 대한 준비는 달리 특별하지 않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 “식당을 차리려면 주방장의 일을 알아야 한다. 장을 보러 갈 수 있어야하고 좋은 재료를 사와 좋은 음식을 만들줄 알아야 한다. 10년동안 연구해야 한다”며 “그것도 하지않고 막연하게 식당을 차린다고 하면 결과는 뻔하다. 준비는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100세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매에 안 걸려야 한다. 그리고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뇌가 젊어야지 몸이 젊어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박사는 ”머리는 쓸수록 좋아진다. 사람들이 고민을 하면 문제가 많이 생긴다고 하지만, 건설적인 고민은 점점 뇌를 젊게 한다”고 말했다. 안되는 고민은 병을 만든다. “키 작은 것을 고민하면 병이 된다”. 그의 말이다.


■ 향후 5년의 화두는 ‘자연’이다

자연은 뇌 행복 물질인 세라토닌의 보고서다. 그는 “산에서 싸우는 사람은 없다”고 전한다. 한국은 자연이 흔하다. 그래서인지 자연에 대한 감사함을 모른다. 건강을 위해서 자연은 중요하다. 이 박사는 “도심 생활 속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자극은 불쾌한 자극이다. 그것이 뇌를 피곤하게 만든다”며 “직장의 스트레스 뿐만 아니라 도심의 생활 자체가 뇌 피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자연의 치유력을 활용한 의학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그가 처음이다. 그가 힐리언스 선마을을 만든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올해 힐리언스 선마을을 기존의 40실에서 60실로 증축한다. 그만큼 그가 만든 건강마을을 찾는 발길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유명 정치인, CEO도 바깥 세상과의 연락을 잠시 끊고 그 곳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힐링’을 ‘세로토닌을 뇌에 분비하게 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산에 가면 세로토닌이 절로 쏟아진다고 했다. 이 박사는 “산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산소리, 새소리, 물소리가 들리고 보이는 것은 푸름이며 맑은 공기로 가득하다”며 “산에서 하루만 지내면 뇌피로가 없어진다. 쉬어봐야 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시작한 지 50여분. 조용했던 문화원이 조금씩 붐비기 시작했다. 인터뷰가 끝나면 6월에 경인미술관에서 열리는 문인화 전시회를 위한 준비위원모임이 있다고 했다. 그의 작품도 전시된다. 그는 문인화를 ‘세라토닌 문화운동의 화룡점정’이라고 표현했다. “취미로 시작했는데 돌이킬 수 없게 됐다”는 그는 세라토닌전도사에 이어 문인화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이 박사는 “문인화를 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문화적인 성숙도 한차원 높아진다. 개인 전시회 통해서 문인화가 보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연과 문인화는 ‘힐링’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있다. 이 박사가 계획하는 앞으로의 행보 역시 이의 연장선에서 ‘힐링전도사’의 역할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이 박사는 “자본주의, 산업주의 사회에서 결국 우리는 자연주의로 돌아간다. 지금 계획은 자연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며 “한국 사람들에게 자연을 공경하고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느냐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문인화 공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


■이시형 박사는

정신과의사이자 뇌과학자다. 세로토닌 문화원 이사장이자 힐리언스 선마을의 촌장이다. 대구광역시 출신으로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예일대학교 대학원에서 신경정신과학 박사를 받았다. 경북대ㆍ성균관대 교수와 서울대 외래교수, 강북삼성병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로토닌 전도사’, ‘힐링 전도사’로 잘 알려져 있다. 2007년에는 강원도 홍천에 한국 최초의 웰니스 마을인 힐리언스 선마을을 세웠다. 2년 뒤에는 세로토닌문화원을 건립, 세로토닌 문화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주요 저서로는 <배짱으로 삽시다>, <100세 시대 젊고 건강하게>, <세로토닌하라>, <행복한 독종>, <걸어가듯 달려가라> 등이 있다. 최근 75번째 저서인 <인생내공>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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