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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쇼크에 대한민국은 ‘올스톱’…미국은 일상복귀ㆍ소비진작으로 트라우마 극복
뉴스종합| 2014-04-23 09:06
[헤럴드경제=문영규ㆍ강승연 기자]세월호 대참사의 충격과 슬픔으로 대한민국이 ‘올스톱’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당장 일선 학교의 수학여행이 전면 중단됐고, 전국적인 애도분위기 속에 지역이나 대학 축제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슬픔에 빠진 국민들이 여행이나 외식, 쇼핑을 자제하면서 경제도 덩달아 활력을 잃고 있다. 이 처럼 대한민국 전반에 걸쳐 ‘세월호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급속 확산되면서 점차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같은 대형 쇼크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을 외국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미국의 경우 지난 2001년 9월 11일 세계 금융의 심장,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테러 공격에 붕괴되면서 범국가적 재난상황을 겪었다. 본토를 한번도 침략당한 적 없었던 미국인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미국 국민들이 테러 쇼크로 외출과 쇼핑을 자제하면서 국가 경제가 마비되는 후폭풍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취임 9개월 만에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조지 W. 부시<사진> 당시 대통령(2001년~2009년)은 주눅들지 않고 ‘강한 미국’ 카드를 빼들며 9ㆍ11 테러 난국을 전면 돌파했다.

부시 9ㆍ11의 잔상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자신감을 북돋으며 ‘트라우마’를 극복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테러에도 흔들림 없는 굳건한 미국을 과시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은 9ㆍ11 직후부터 끊임없이 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테러에 대한 공포로 국가 경제가 마비될 것을 우려해 국민들에게 생업에 충실할 것을 당부한 것이다. 내수가 뒷받침된 경제 성장이야말로 전 세계에 미국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메시지이자 위기극복을 위한 수단이었다.

9ㆍ11 테러 발생 6일 만인 2001년 9월 17일, 워싱턴 이슬람 센터에 선 부시 대통령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일부 국민들은 여전히 가족을 위해 쇼핑을 하거나 일상 생활으로 돌아가지 않으려 한다고 들었다”면서 “그러나 이는 미국의 가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테러 발발 9일째인 20일 의회 연설에서는 “국민 여러분께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와 지속적인 경제 활동을 요청한다”며 “테러리스트들은 미국 번영의 상징을 공격했으나 그 근원을 건드리지는 못했다. 미국은 국민들의 근면과 창의성, 진취성으로 성공을 거둔 국가이며 이것이 우리의 진정한 힘이고 오늘의 힘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27일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가진 연설에서는 여행마저 독려했다. ‘일상 복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유희’를 주장한 셈이다.

그는 “(비행기에)탑승해서 미국을 돌며 여러분의 일을 하고 미국의 멋진 관광지를 비행하며 즐겨라”면서 “플로리다의 디즈니월드에도 가고 가족들을 데려가 삶을 즐겨라. 우리가 원하는 것도 즐기는 것이다”라고 당부했다. 비행기 테러로 직격탄을 맞은 항운업계와 관광산업 진흥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같은 부시의 위기 극복 행보는 9ㆍ11 테러 발생 두달이 지나면서 보다 구체화됐다.

부시 대통령은 11월 8일 애틀랜타시의 월드콩그레스센터에서 행한 연설에서 “위대한 미국은 테러분자들에게 결코 위협당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사람들은 일상적 삶을 살고 있다. 일하고, 쇼핑하고, 놀고, 교회에서 기도를 하고, 영화를 보거나 야구 경기를 보러 간다”고 단언했다.

9ㆍ11테러 이후 미국은 이라크전을 통해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다.

부시 대통령은 전쟁이 4년째에 접어든 2006년, 이라크전 장기화에 따른 전략 수정을 검토하면서 어려운 시기일수록 국가를 돕는 일은 자신의 일에 충실하는 것이며 내수를 진작시키는 일이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미국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이어 2003년 이라크전까지 연달아 국가적 역량을 전쟁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예상치 않게 이라크전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사망자 수가 2005년 말 2300명을 넘어갔다.

부시 대통령은 2006년 말 밥 게이츠를 신임 국방장관으로 임명하고 전략 수정에 들어갔으며 12월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국민들에게 어김없이 “쇼핑하러 가라”(go shopping)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실업률과 11월 고용자수를 언급하면서 “여러분 모두에게 쇼핑을 더 하러 가라고 독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블랙 프라이데이 이후 연말 쇼핑 시즌을 맞은 유통업체들을 고려한 발언이다.

문영규ㆍ강승연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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