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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랩] 기업 조세회피처 송금액 급증
뉴스종합| 2014-04-24 11:17
케이만군도·버뮤다 등
작년 금융투자 잔액 26억弗
전년보다 64% 늘어나


지난해 국내 기업이 조세회피처에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송금한 돈이 1년 전보다 64% 이상 급증했다.

24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인영(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비금융 국내 기업이 케이만군도와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투자 목적으로 송금한 돈의 잔액은 26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1년 전(16억2000만달러)보다 64.2% 늘어났다. 이는 기업들이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한은에 신고하고 합법적으로 송금한 내역만 집계한 것이다.


조세회피처 4곳에 보낸 금액(연말 잔액 기준)은 2009년 5억달러에서 2010년 8억2000만달러, 2011년 10억4000만달러, 2012년 16억2000만달러, 2013년 26억6000만달러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역별로 보면 케이만군도에 대한 투자잔액이 2009년 7000만달러에서 지난해 25억1000억달러로 약 36배 폭증했다. 나머지 3개 지역의 송금액은 감소했다.

조세회피처로 향한 자금이 늘어난 원인은 국내의 ‘저금리’가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조세회피처로 나간 돈이 급증한 것은 국민연금공단이 해외투자를 늘린 영향이 크다”면서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돈을 절약해야 한다. 세율이 낮고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합법적 송금 외 음성적으로 흘러간 자금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조세회피처로의 불법 자본유출 실태 보고서’에서 2012년 당국에 신고되지 않고 외국에 유출된 자본이 최대 24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국내 주요 그룹이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법인은 모두 125개로 자산 총액은 5조7000억원에 달했다. 불법적인 자금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해당 지역은 세율이 아예 없거나 금융 규제를 피할 수 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세회피처로 지정한 곳이다.

따라서 탈세 목적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인영 의원은 “조세회피처에 대한 투자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역외탈세 목적도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세당국이 실상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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