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별
넥센 돌풍 언제까지? ‘2003년 현대’에게 물어봐!
엔터테인먼트| 2014-04-25 09:15
[헤럴드경제=신현식 인턴기자]2004년 한국 축구 대표팀에 새로운 외국 감독이 선임됐다. 연예인 서세원씨와 만화 캐릭터 심슨을 묘하게 닮았던 신임 감독은 ‘조봉래‘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다. 외모 못지 않게 튀는 발언들을 많이 했는데, 그 중 “우리 수비라인에서 3골을 먹으면 공격진이 4골을 넣으면 됩니다”고 말했던 장면은 시쳇말로 ‘이기면 장땡’이라는 스포츠의 결과주의론적인 발언으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곤 한다.

최근 본프레레가 남긴 명언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프로야구팀이 있다. 바로 선두 넥센 히어로즈다. 말 그대로 투수들이 점수를 내주면 타자들이 점수를 더 낸다. ‘동생이 울고 들어오면 형이 복수하는 식’으로 팬들을 열광케 한다. 넥센은 지난 22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의 홈경기에서 경기 내내 끌려가다 9회말 박병호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10-9로 역전했다. 넥센이 8연승을 거둔 것은 2012년 5월에 이어 팀 최다 연승 타이기록이다. 


점점 넥센이란 팀이 상대팀으로 하여금 점수를 뽑아낼 때 더 뽑아내지 못하면 불안함을 안겨주는 팀으로 변하고 있다. 13승 6패로 1위로 달리고 있는 넥센의 기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넥센의 공격력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넥센은 19경기 팀 타율 0.289에 장타율 0.488, 출루율 0.385를 기록하고 있다. OPS가 무려 0.873이다. 홈런은 26개로 경기당 1.36개를 기록하고 있다. 2000년대들어 프로야구 우승팀 중 팀 타율이 가장 높았던 팀은 0.286을 기록한 2003년 현대 유니콘스다. 현대는 133경기서 홈런 175개, 장타율 0.456, 출루율 0.373을 기록했다. 단순 비교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넥센의 공격력은 2003년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 우승을 거머쥔 현대의 파괴력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넥센의 공격력은 넘쳐 흐를 정도로 충분하다. 문제는 수비력이다. 타고투저를 생각한다 해도 넥센의 현재 방어율은 4.54로 상당히 높다. 2000년대부터 2014년까지 프로야구 우승팀 중 타고투저의 정점을 찍었던 2001년(페넌트레이스 1위 삼성 팀타율이 0.277, 방어율이 4.39였고, 꼴찌였던 롯데가 팀타율 0.280, 방어율 4.68 기록)을 제외하고 우승팀의 평균 팀 방어율은 3점대 중반에서 4점대 초반을 기록했다. 현재 넥센의 공격력을 생각하면 적어도 4점대 초반의 방어율을 기록해야 강력한 타선과 유기적인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 

24일 현재 넥센 타자들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넥센은 나이트-벤헤켄의 원투펀치가 타팀에 비해 좋은 편이지만,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2012년 좋았던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불펜은 한현희 조상우 마정길이 탄탄히 버텨주고 있고 손승락은 초반에 고전을 면치 못하다 최근 들어 다시 작년의 강력한 구위를 되찾은 모습이다. 넥센의 돌풍의 지속력은 ‘2003년 현대를 넘어서느냐’가 관건이다. 2003년 현대는 마운드에 정민태와 바워스라는 견고함과 심정수, 정성훈의 파괴력, 이동학과 이택근이라는 신인들이 융합되어 우승을 일궈냈던 팀이다. 넥센은 2003년 현대 투수진의 견고함에 못미치더라도 1번부터 9번까지 피해갈 수 없는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고 7,8,9회 싸움이 강력한 팀이다. <표 참조> 또 외야수, 1루수, 포수까지 가능한 ‘팔색미남’ 용병 로티노까지 있다. 넥센은 2003년 현대 신인왕 후보였던 이택근이 팀을 주장을 맡고있다. 또 현대 선수였던 김동수, 정수성, 강병식 코치등이 우승에 대한 향수를 느낄만한 시기다.

팀 성적뿐만 아니라 팀내 분위기 자체가 성숙해졌다. 23일 롯데전 마지막 박병호 타석에서 3볼까지 볼카운트가 흐르자 덕아웃이 들썩거렸다. 하지만 그 순간 2루 주자로 있던 주장 이택근이 벤치에 세리머니 자제를 당부하는 신호를 보냈다. 충분히 흥분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세월호 추모 분위기 속에 선수들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당연한 행동일 수 있지만 넥센 선수단이 유기적으로 하나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팀이 잘나가는 이유는 선수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염경엽 감독의 역할이 크다. 염 감독은 홈구장이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라는 것을 감안해 김민성, 유한준의 체중을 일부러 늘렸다고 한다. 선수들과의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작전야구에도 넥센 1위의 비밀이 숨어 있다. 팬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지난 해 구단 최초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넥센은 지난 해 대비 홈경기 관중 수가 96%가 증가한 5만5568명으로 9개 구단 중 가장 큰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넥센이 앞으로도 팬들의 성원과 기대에 보답할 수 있을까. 창단 7년차 히어로즈가 지금의 돌풍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hsnice10000@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