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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정부 기싸움에 길잃은 ‘금융소비자 보호’
뉴스종합| 2014-05-04 08:38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금융소비자 권익을 위해 추진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설립이 국회와 정부의 대립으로 설립이 요원해지고 있다. 신설 기구에 대한 주도권을 서로 가져오려고 다투다 보니 결국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관련법이 통과되지 못한 탓이다. 국회와 정부 간 기싸움에 금융소비자 보호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5차례 법안소위 등을 개최해 금융위원회 소관 법률 20여개를 통과시켰다. 통과된 법률은 금융지주 내 계열사 간 고객정보 관리를 강화한 금융지주회사법과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통합을 위한 산은법 개정안 등이다.

또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경남ㆍ광주은행 분할을 적격분할로 봐 6000억여원의 세금을 면제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반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은 일부 통과되지 못했다.

소비자의 피해 구제를 위해 피해액의 3배를 배상하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발목이 잡혔다. 심지어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치를 위한 법안은 법안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치는 박근혜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도 하지만,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로 그 필요성이 커진 상태다. 동양사태와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등의 대형 금융사건을 통해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국회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정이 달랐다. 신생 기구를 두고 국회와 정부가 서로 주도권을 갖으려고 사사건건 대립한 것이다.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을 두고 정부의 의견은 바로 ‘1+2 체제’다. 금융위 산하에 건전성 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과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금융소비자보호원 둬 금감원과 금소원이 금융위 산하에서 대등하게 존립하는 체제다. 금소원이 금융위 소관 기관이 되는 만큼 예산권 역시 금융위가 가져야 한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정치권 특히 야당의 속내는 다르다. 야당은 ‘2+2 체제’를 주장한 것이다. 즉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업무를 분리하는 만큼 금융위에서도 소비자 관련 정책 업무를 분리해 금소원의 상위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만들자고 주장한 것이다. 특히 금소원이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려면 예산권을 국회가 관장해야 한다는 게 야당 측 주장이다.

증권선물위원회의 기능 이관에 대해서도 정부와 국회는 다시 한번 부딪쳤다.

야당은 증권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조사해 조치하는 증권선물위원회가 투자자보호 기능을 하고 있는 만큼 그 기능을 금융위에서 떼어내 금융소비자보호기구로 이관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증선위 기능 중 정부가 해야 하는 제재 기능이 있어 민간기구에 부여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소원 설치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원래 목적이 아니라 자신들의 세력확장을 위해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회나 정부 모두 금소원 설립의 본래 취지를 되새겨봐야 할 듯”이라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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