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뉴욕주재 외교관들, JP모간의 계좌 폐쇄에 자금거래 중단 ‘패닉’
뉴스종합| 2014-05-07 13:53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미국 최대은행 JP모간체이스가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각국 외교관들의 은행계좌 3500여 개에 대한 폐쇄 조치에 착수하면서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JP모간이 불법 자금세탁 창구로 활용될 수 있는 전현직 외교관들의 계좌를 전주말부터 본격 차단하기 시작한데 대해 각국 외교관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전 콜롬비아 재무장관은 FT에 “지난 금요일은 내게 지옥이었다”라며 “모든 금융 자산이 동결됐고,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함께 총재 후보에도 오른 인물이다.

한 유럽지역 외교관의 아들은 가족 전체가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았다면서 “JP모간은 계좌 동결 조치 불과 며칠 전까지 투자 상품을 팔려고 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로 약 3500개 계좌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월 JP모간은 각국 외교관들에게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고 이메일 등 서신을 보내 “기존에 유지하고 있는 모든 계좌의 거래를 중단하며, 계좌 내 잔고를 모두 인출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잔고를 찾아가지 않으면 은행 수표를 주소지로 발송하겠다며, 신규 거래 계좌 개설도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뉴욕 유엔건물 맞은편에는 JP모간 지점이 위치해있어 편리성 때문에 외교관들이 자주 거래하는 곳이었다.

JP모간의 이같은 조치는 최근 대규모 벌금사태와 당국의 규제 강화가 영형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JP모간은 올 들어 희대의 금융 사기꾼 버나드 메이도프의 폰지 사기(피라미드식 금융사기)에 연루돼 은행비밀방지법(bank secrecy act) 위반 혐의로 170억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최근 금융당국과 26억달러(약 2조7000억원)의 배상금을 물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미 법무부가 크레디트 스위스, BNP파리바 등 외국계 은행들에 대해 조세 회피 방조 및 이란ㆍ수단 등 경제제재 조치를 내린 국가들의 돈세탁 등을 도왔다는 혐의로 형사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월가의 금융당국 눈치보기는 더욱 심해졌다.

JP모간 측은 이번 조치의 이유를 규제 준수 비용의 증가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FT는 JP모간이 최근 수년 간 자금세탁과 금융사기 등으로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게 되자, 아예 위험 부담을 줄이고자 자금 세탁 창구로 쓰일 수도 있는 계좌들을 닫아버리겠다는 의도로 해석했다.

JP모간의 이번 조치에 대한 뉴욕 외교가의 반발은 확산되고 있다. 유엔 내 최대 세력인 ‘개발도상국 그룹’(G77)은 이에 반발해 유엔 차원의 보복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여러 차례 모임을 갖고 “JP모건체이스 등 미국의 대형은행들이 주로 개발도상국 외교관들을 겨냥해 계좌거래를 전면 중단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반발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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