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초연 당시에도 작품의 선정성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는데 이번 무대에서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치모를 드러낸 누드모델의 출연과 난잡한 성행위 묘사장면은 약간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시대적 배경을 달리했던 무대세트와 의상 그리고 2대의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의 등장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해주었는데 마우리치오 디 마티아의 연출은 한꺼번에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산만했다. 또한 오페라가 시작되기도 전에 미리 무대가 열리고 해설자(장일범)가 등장해서 작품에 대한 설명을 했는데...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새로운 시도였지만 정작 무대에 대한 기대감과 신비로움이 없어졌다는 느낌이다.
주인공 살로메역을 맡은 드라마틱 소프라노 카티아 비어(Katjia Beer)의 볼륨감있는 강질의 소리는 좋았지만 고음역에서 음이 부정확한 노래로 아쉬움을 주었다. 살로메의 목소리와 비교해서 균형감은 없었지만 한국 성악가들이 배역을 맡은 세례 요한(박준혁,오승룡)과 헤롯왕(이재욱), 헤로디아스(김선정,양송미) 나라보트(강동명)등 전체 출연자(손철호 유준상 이세영 양석진 권서경 구자헌 류기열) 캐스팅은 대체로 우수했다.
마우리치오 콜라산티가 지휘봉을 잡은 서울필하모닉의 연주는 이번 오페라 ‘살로메’의 음악적 완성도를 높혀 주었는데 민간오페라단의 제작여건상 많은 연습을 할 수 없고 지속적인 공연을 할 수 없는 국내 현실을 감안한다면 만족스럽고 무난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릿발이 내린다더니 오페라 <살로메>에서는 바로 죽음이다. 자신의 욕망에 따라 살아가는 여인 살로메와 매우 성결한 삶을 살아가는 세례 요한의 숙명적인 만남... 어쩌면 거룩함(聖)과 욕정(性)은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함께하지 않을까?
전동수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