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잊혀질 권리’ 실질적 행사 가능할까
뉴스종합| 2014-05-14 10:02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유럽사법재판소(ECJ)가 처음으로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구글과 야후 등 검색 업체 뿐 아니라 인터넷 환경 전반의 일대 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실질적, 윤리적 문제가 거론되면서 권리의 올바른 행사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ECJ의 판결은 악성 게시물로 인한 피해자 구제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어떤 식의 균형을 이뤄야 하는지에 대한 쟁점도 부각시켰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잊혀질 권리 행사의 실용성 여부와 공공성과 표현의 자유가 배치되는 딜레마적 윤리성 문제를 들며 판결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잊혀질 권리란 인터넷 상에 유포된 자신에 대한 정보나 기록을 삭제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를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정보가 유포되거나, 디지털 세탁소, 디지털 장의사 등 개인 정보 삭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이번 ECJ의 판결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판결의 기본 골자는 ‘개인의 요청에 따라 인터넷상의 부적절한 정보를 삭제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몇가지 의문을 제기할 공산이 크다.


FT는 검색업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삭제 요청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제2, 제3자에 의한 유포는 어떻게 막아야 할지, 어느 수준까지 연계된 정보를 제거해야할 지 등 실용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또한 검색업체들이 어느 수준까지 공공의 이익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아야 할 지, ‘공공성’의 기준은 무엇인지, 표현의 자유, 정보보호 권한 등을 침해하지는 않는지 등 윤리적인 맹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닐로 아스키넨 ECJ 법무관마저 잊혀질 권리를 지지하는 것은 “정보 및 표현의 자유 등 중심이 되는 권리를 희생해야 하는 것을 이미 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의무는 배포자들의 권한을 침해하고 “개인 당사자에 의한 콘텐츠를 검열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검색업체들 입장에서는 유럽의 ‘정보보호법’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개정 논의가 있어 업체들의 로비가 치열할 전망이라고 FT는 전했다.

유럽의회가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후보로 나선 중도 우파의 장-끌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가 정보보호법을 지지하고 있다. 개정 논의는 내년까지 이어져 장기화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소송은 지난 2009년 스페인 변호사인 마리오 코스테하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것으로 자신이 맡은 사건에 대한 기사의 삭제를 요구했으나 구글이 “삭제 요청은 검열”이라며 이를 거부하면서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에 ECJ는 구글 고객은 검색 결과의 삭제를 요구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구글 등 검색 엔진 기업들은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시효가 지나고 부적절한 개인 정보를 삭제할 것을 명령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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