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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앞둔 브라질, ‘코파 도 포보’(Copa do Povo) 골머리
뉴스종합| 2014-05-14 11:17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월드컵 개최를 한달여 앞둔 브라질이 축구 경기장 옆에 새로 들어선 판자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월드컵 인프라 공사 작업이 미진하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브라질 정부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상파울루 이타케라웅 경기장에서 불과 3㎞밖에 떨어지지 않은 공터에 4000명에 달하는 무주택 빈민들이 몰려들어 ‘코파 도 포보’(Copa do Povo)로 불리는 불법 판자촌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약 15만㎡의 부지에 검은색 비닐봉투로 만든 천막을 세운 이들은 월드컵 경기장 건설로 급등한 집세를 내지 못해 거리로 내몰린 빈민들이다.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 ‘집 없는 노동자 운동’(MTST)의 주도 하에 이곳에 임시 판자촌을 건설하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 월드컵 경기장 건설로 부동산 시장에 과열 양상이 나타나면서 이타케라웅 인근의 월 임대료는 지난해에만 350헤알에서 700헤알로 뛰어올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사진=AFPㆍFT]

더 나아가 이들은 월드컵 개최가 브라질 경제의 어두운 단면과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일례로 상파울루 시만 한정하더라도 약 100만명의 인구가 빈민가에서 집 없이 살아가고 있다. 시 당국은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선 신규 주택 23만채가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 정부가 당면한 월드컵 개최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끌어다쓰면서도 빈민들의 요구엔 ‘묵묵부답’으로 나오자, 이에 대한 불만과 실망이 이처럼 극단적인 방식의 불법 점거 농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MTST의 조수에 로차 대변인은 “월드컵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브라질 정부는 당초 약속했던 것처럼 교통이나 주택 등 인프라 개선을 가져오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무주택 빈민들의 불법 점거 농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상파울루에선 지난해 6번의 ‘코파 도 포보’ 등 총 17차례 유사한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브라질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불법 점거 운동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월드컵 전에 이 같은 농성을 벌이게 되면 브라질 정부가 받는 압력도 커질 것이란 계산 때문이다.

브라질 인스페르(Insper) 대학의 카를로스 멜로 정치학 교수는 “이보다 좋은 적기는 없다”면서 향후 빈민들의 천막 운동이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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