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
美中 남중국해 패권전쟁 ‘격랑속으로’
뉴스종합| 2014-05-14 11:21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남중국해 원유 시추를 둘러싼 중국과 베트남의 대립이 아시아 역내 국가간 외교갈등으로 확전되고 있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기저에는 원유 등 막대한 자원 뿐 아니라, 아시아로 통하는 바다무역길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최강 미국과 중국 간 패권전쟁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남중국해는 제2의 페르시아만으로 불리는 ‘자원의 보고’이자, 전세계 원유 교역량의 3분의1이 통과하는 세계 바닷길의 심장이다.

▶자원 보고ㆍ바다무역길…아시아 심장=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 베트남의 충돌에 대해 집중 분석하고 “막대한 양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남중국해의 자원이 영유권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중국해는 어류자원 뿐 아니라 아직 탐사되지 않은 해저 광물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자원의 보고’다. 최대 300억t에 이르는 원유와 16조㎥의 천연가스를 품고 있어 ‘제2의 페르시아만’으로 불린다. 게다가 차세대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불타는 얼음’ 메탄하이드레이트까지 대량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남중국해는 중국으로선 중동과 아프리카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일 대안이자 경제의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중국이 남중국해 상에 일명 ‘나인 대시 라인’으로 불리는 영해 경계선인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을 설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더 나아가 한국과 일본까지 주요 에너지 자원을 실어나르는 교역항로라는 점에서 중요성은 더 커진다.

실제 전 세계에서 교역되는 원유의 3분의 1, 액화천연가스(LNG)의 절반 이상이 남중국해를 통과하고 있다. 또 영국 해운분석기관 드류어리에 따르면 인도양과 태평양 사이를 잇는 남중국해 해상에 글로벌 해상무역 물량의 약 25%가 지나간다.

이와 관련 호주 싱크탱크 로위 국제정책연구소의 로리 메드캘프 국제안보프로그램 이사는 “남중국해는 세계 주요 교역국 경제에 필수적인 생명선”이라면서 “이곳이 불안정해지면 우리 모두에게 잠재적인 경제비용이 유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美中 패권전쟁 본격 불붙나=군사적으로도 남중국해가 갖는 의미는 크다. 미국은 지난 2012년 싱가포르와 합의, 남중국해의 관문으로 통하는 말라카 해협에 전투함을 주기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또 지난달 필리핀과 군사기지 공유 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5일엔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까지 돌입했다. 미군 2500명, 필리핀군 3000명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양국은 오는 16일까지 10일 간 필리핀 북부 루손섬 등지에서 합동훈련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중국이 군사적 충돌에 대한 부담과 그로 인한 자원 탐사개발 지연 가능성을 무릅쓰고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곳이 미국의 영향력을 저지할 완충구역이 됐기 때문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미국도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 간 분쟁을 ‘도발 행위’로 규정,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3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남중국해 사태에 강력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중국의 석유시추와 정부소유 선박들의 출현은 도발적”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필리핀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ㆍ베트남 선박 또 충돌=베트남과 중국은 13일 남중국해에서 또다시 충돌했다.

중국 선박들은 파라셀(베트남명 호앙사, 중국명 시사) 군도 부근의 중국 원유 시추 현장에서 베트남 선박이 접근하자 대구경 물대포를 발사하고 선체를 충돌시켰다.

파라셀 군도는 베트남과 중국이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곳이다. 중국 측은 이날 항공기와 헬리콥터 지원 하에 모두 86척의 선박을 동원, 베트남의 접근을 저지했다.

양국은 전날인 12일에도 파라셀 군도 해역에서 물대포를 동원한 사격전을 한 시간 가량 벌인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필리핀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3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필리핀과의 분쟁지역인 존슨 산호초(츠과자오<赤瓜礁>, 필리핀명 마비니 산호초)에 군사시설 설치를 위한 부지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중국은 지난 2012년 필리핀 북부 삼발레스에서 약 200㎞ 떨어진 스카버러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를 장악한 바 있으며, 최근엔 아융인(중국명 런아이자오 <仁愛礁>)에 해양감시선과 프리깃함을 상시 배치해 논란을 빚고 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주요 에너지 교역항로>



- 빨간선: 원유

- 초록색선: 액화천연가스(LNG)



※ 자료=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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