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혈병 피해협상, 삼성다운 마무리를
뉴스종합| 2014-05-15 11:26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직원들 가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합당한 보상을 약속했다.

삼성이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고통받는 근로자의 존재를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결정이라 하겠다. 유족들 입장을 대변해 온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지킴이)도 환영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7년을 끌어온 ‘반도체 백혈병’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될 지 주목된다.

유족들과 완전 합의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백혈병 산업재해 논란에 대한 상호 신뢰 회복의 계기를 마련케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백혈병의 인과관계에 대한 해석 차이, 협상기구 구성 방안에 관한 이견은 남아 있지만, 큰 틀의 방향은 잡힌 만큼 합리적 결과가 도출되리라 믿는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당사자 간 신뢰에 바탕을 둔 진지한 협상이다. 이게 어그러지면 보상 규모와 대상을 놓고 갈등이 되레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조속한 제3의 중재기구 구성은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유족 대표와 그 대리인을 함께 참여시키고 삼성 측도 직접 테이블에 앉아 투명하고 공개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게 좋다. 삼성은 글로벌 일류기업이라는 위상에 걸맞는 실효성있는 후속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연간 수조원을 사회공헌과 직원복지에 투입하고도 피해직원 문제에 소홀하다는 소리를 듣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아울러 삼성은 근로현장의 안전과 근무환경 개선점 등을 다시 한번 꼼꼼히 점검하고 그룹 내 다른 유해물질 사업장에 대해서도 산재 대비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유족 측도 객관적이고 책임있는 협의 대표 구성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과도한 3자 개입에 대한 삼성 측 우려가 이제까지 협상을 지지부진하게 만든 큰 원인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지금도 시류에 편승하려는 세력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반올림을 포함해 그 누구도 이번 협상에서는 정략적 접근을 배제하고, 사실에 입각한 보상안 마련에 진력해야 한다.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을 인식해 삼성과 가족측 모두 진중하게 대화에 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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