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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헬로비전이 프리라이더 구글과 손잡은 이유는…
뉴스종합| 2014-05-16 08:09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국내 최대 MSO(케이블TV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이 구글 크롬캐스트 안으로 들어갔다. 인터넷을 이용해 다양한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크롬캐스트는 디지털 케이블TV나 IPTV 망 사업자에게는 ‘프리라이더’(무임승차족)를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적으로 간주된다.

실제 크롬캐스트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케이블TV 사업자와 구글을 필두로 한 OTT(Over The Top, 독자적 인터넷서비스) 사업자 간 마찰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CJ헬로비전은 콘텐츠 서비스 ‘티빙’의 크롬캐스트 제휴 효과로 ‘젊은 고객 창출’과 ‘콘텐츠 영향력 확대’를 꼽았다. 

회사 관계자는 “케이블TV 가입자는 상당수가 노년층”이라며 “젊은 고객을 새로 잡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익숙한 방법을 통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IT기기에 익숙한 젊은 독신자, 신혼부부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노트북 등으로 TV를 대신하면서 생긴 가입자 노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의미다.

크롬캐스트와 티빙을 통해 확보된 고객을 다시 CJ헬로비전의 티빙, 인터넷, 스마트폰 고객으로 흡수해, 회사 전체적인 가입자를 늘려 나간다. 케이블TV에만 의존하지 않고 인터넷, 인터넷전화, 그리고 이동통신과 디지털 콘텐츠 재가공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온 결과다.


독자망을 가지고 IPTV 서비스를 하고 있는 통신 3사나 다른 케이블TV 업체들이 크롬캐스트의 국내 상륙을 예의주시하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과도 다른 모습이다. IPTV업계 관계자는 “일정 속도와 품질을 보장해야 하는 인터넷사업자(ISP)에게 크롬캐스트는 눈에 가시일 수 밖에 없다”며 “망 중립성이라는 명분을 넘어, 품질 책임의 한계와 책임 분담 등 포괄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현 시점은 크롬캐스트 같은 OTT서비스가 시작 단계인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티빙 자체의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구글과 CJ헬로비전의 동거는 의미가 있다. CJ헬로비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티빙 서비스 가입자는 650만 명에 달하지만, 수익기반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650만 가입자 중 월 3000원 정도를 별도로 지불하거나, CJ헬로비전의 인터넷, 이동통신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직접 돈 되는’ 가입자는 불과 6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90% 가입자는 회원 가입만으로 몇몇 무료 VOD를 보는 ‘쭉정이’다.

하지만 크롬캐스트를 통해 티빙을 보는 가입자는 결국 돈을 지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티빙 속 CJ헬로비전 및 관련사들의 프로그램은 시청률 10%를 넘을 정도로 뛰어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상당수 소비자들이 시간 지난 다시보기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고, 실시간 보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크롬캐스트가 국내 시장에서는 ‘찾잔 속의 태풍’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CJ헬로비전의 선택에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 TV 보유 가구 중 90% 이상이 케이블TV나 IPTV를 애용하고 있다”며 “이들 서비스 가격 역시 미국의 10분에 1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해, 싼 가격을 무기로 한 크롬캐스트도 힘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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