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非이자 비즈니스 확대 주장은 위험”
뉴스종합| 2014-05-17 08:50
[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은행업의 저수익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대출 비즈니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非)이자 비즈니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해외 은행의 비이자 비즈니스 비중과 비교해 국내 은행의 비이자 비즈니스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상욱 전략연구실 실장은 ‘은행 비이자 비즈니스 확대에 대한 소고’ 보고서에서 “비이자 비즈니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많은 주장들이 검토가 부족한 모호한 주장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국내외 연구들을 보면 주요 국가들에서 은행 비이자 비즈니스의 확대는 개별 은행의 리스크 뿐만 아니라 시스템 전반적인 시스템 리스크 또한 높인다는 결론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고객입장에서 보면 비이자 비즈니스가 전통적인 예대 비즈니스보다 거래조건을 변경하거나 거래관계를 종료하기가 용이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비이자 비즈니스의 변동성이 예대 비즈니스보다 오히려 더 크다는 설명이다.

이어 트랜잭션뱅킹 서비스 등에서 볼 수 있듯 비이자 비즈니스는 IT 시스템 구축 등 서비스 인프라와 관련된 고정비용을 증가시켜 수익변동의 진폭을 확대시키기도 한다.

또 대차대조표에 기록되지 않는 비이자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예대 비즈니스에 비해 규제자본 요구가 적어 은행의 고위험 부담 행위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 실장은 밝혔다.

마지막으로 비이자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인식되는 같은 고객에 대한 다양한 상품의 교차판매가 리스크 분산효과를 저하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꼽았다. 부실 가능성이 큰 고객에 대한 교차판매 규모가 클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 실장은 2002~2010년 비이자 비즈니스가 독일 은행들의 리스크에 미친 영향을 독일 중앙은행이 분석한 결과,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비이자 비즈니스의 효과가 차별적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우선 소매금융 중심의 중소형 은행들은 비이자 비즈니스를 확대할 경우 자산 리스크와 금리 리스크의 영향력이 감소해 수익변동성이 현저히 낮아졌다. 다만 비이자 비즈니스 중에서도 수수료 비즈니스는 은행 수익의 안정성에 기여하지만, 유가증권매매 등 경제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고위험 비이자 비즈니스는 은행 수익의 안정성 제고에 긍정적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그는 밝혔다.

반면 이미 비이자수익 비즈니스의 비중이 큰 투자금융 중심의 대형 은행들은 오히려 전통적인 예대 비즈니스 비중을 높여야 수익구조의 안정성이 제고됐다.

전 실장은 “국내은행 경영진은 해외은행들의 사례만을 기준으로 소위 ‘적정’ 비이자 비즈니스의 비중을 가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비이자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정책당국은 은행업의 수익성 및 건전성 강화 차원에서만 비이자 비즈니스의 효과를 평가할 것이 아니라, 확대되는 비이자 비즈니스로 인해 타 업권과 보다 긴밀해질 거래관계로부터 촉발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의 관리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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