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가늘게 뜨면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는 모두 원으로 환원된다. 빛과 그림자의 율동에 최면이 걸리면 시야는 희미해지고 ‘원’이라는 본질만 남는다.
빛과 그 에너지를 탐구해온 서양화가 박현수의 신작 10점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에 걸렸다.
작가는 현란한 원색의 물감들을 캔버스에 드리핑(Dripping)해 원색과 대비되는 중성적인 색채로 화면을 덮어 가린다. 그리고 다시 그 위를 고무주걱을 이용해 일일이 긁어내는 일명 디깅(Digging) 기법으로 빛과 그림자의 에너지를 대형 화면에 확장시켰다.
박현수 Oval 13-GG. 182X122cm, Oil on Canvas, 2013 [사진제공=진화랑] |
발굴된 화면 위로 떠오른 비정형의 얼룩들은 우주를 떠도는 운석 같기도, 별들의 파편 같기도, 혹은 빅뱅의 극적인 순간 같기도 하다. 전시는 6월 10일까지 열린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