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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나무은행’, 식물계의 유기견보호소
라이프| 2014-05-19 09:05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유기견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민들을 슬프게 한다. 좋을땐 그토록 애정을 주는 척 하더니, 몸이 조금 아프다는 이유로 버리는 모습에서 인간 탐욕의 한켠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다.

유기견들은 워낙 병약한 상태라 큰 질병에 걸리기 쉽고, 그만큼 시민생활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 그래서 동물보호단체와 당국에서 유기견 보호소를 만들어 질병을 치료해주거나, 새로운 가정을 소개해 지난날을 상처를 씻어주기도 한다.

동물만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화초와 수목도 인간에 의해 버려진다. ‘개발’을 빌미로 그들의 서식지가 마구 파헤쳐지다보니, 개발지 식물들은 동물보다 더 심각한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개발이 불가피한 지역의 화초와 수목들을 살리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몇 년 전부터 버려진 초목을 보호하는 ‘나무은행’이 설립되고 있다. 나무은행에서 다시 새 삶은 찾은 초목들 중 일부는 가로수로서 도시민의 마음을 달래거나, 멋드러진 관광지와 기념물의 조경수로 심어져 운치를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산 기슭의 소나무는 시민생활공간 속에서 낙락장송(落落長松)을 꿈꾸기도 한다.


공공부문에서 가장 발 빠르게 나무은행 사업을 펼치는 곳은 산지가 가장 많은 강원도이다. 강원도는 2012년부터 각종 산지개발지 등에서 버려지는 수목 중 조경 가치가 있는 수목을 보관ㆍ관리하고 필요시 용도에 따라 공급 할 수 있는 ‘나무은행’ 사업을 추진, 1800여본을 수집ㆍ활용하여 수목의 이용가치를 높이고 예산절감을 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나무은행’ 사업은 도로, 철도, 골프장, 아파트 건설, 각종 도시개발지 등 때문에 버려지는 초목을 살리고 시민생활을 위해 선용하고자 추진한 것이다. 2013년도의 경우 5개 시군(원주시, 강릉시, 동해시, 평창군, 정선군)에서 총사업비 6억6000만원을 들여 7ha의 포지를 조성, 소나무 등 14종 1100여본을 수집 보호했으며, 이 중 240본은 가로수, 도시숲 조성 사업에 재활용했다. 나무은행에 보관중인 수목의 주요 수종으로는 소나무(36%), 산수유나무(51%), 은행나무(6%), 메타세쿼이어(3%) 등이다.

강원도는 올해, 버려진 나무 살리기와 나무은행 운영 개선에 4억5000만원을 투입한다. 내년에는 동계올림픽 개최지역 및 인근 시군에 특별히 5억5000만원을 지원해, 버려질 뻔 한 나무들이 동계올림픽을 더욱 빛내는 밀알로 거듭날 기회를 제공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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