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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랩] 메인뉴스 대신 다큐…버티기 나선 길환영
헤럴드경제| 2014-05-20 11:06
“자리에 연연하지 않지만 지금은 사퇴할 상황은 아니다. 상황을 수습하고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하겠다.”

보도 개입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길환영 KBS 사장이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는 “전 직원이 힘이 모아 KBS의 위기를 극복할 때”라고 했지만, 정작 임직원들은 정치적 이념과 지위를 막론하고 길 사장에게서 등을 돌렸다. 

지난 19일 오전 길환영 사장의 출근길은 험난했다. 사내 양대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와 KBS노동조합은 이날 KBS 본관 주차장 입구에서 길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며 차량을 가로막았다.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들면 되겠느냐”고 개탄한 길 사장은 KBS 안팎으로 사퇴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사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날 길 사장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발언은 악의적으로 과장, 왜곡됐다. 청와대로부터는 보도 관련 연락을 한 차례도 받은 적이 없고, 외압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길 사장의 사퇴 거부를 예상했던 KBS기자협회는 그보다 앞서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방송에 차질이 빚어질 상황에 놓이자 길환영 사장은 급하게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오후 6시께 이세강 보도본부 해설위원을 신임 보도본부장으로 임명했고, 뒤이어 박상현 보도본부 해설위원실장을 신임 보도국장으로 교체했다. 백운기 전임 보도국장은 임명 7일 만에 이례적으로 보직을 떠났다. “정치적 목적으로 파업을 시도하고, 노조에 의해 방송이 장악되는 것은 반드시 막겠다”는 길 사장의 속전속결 인사였다. 하지만 뉴스는 파행을 면하지 못했다. 이날 59분 분량의 메인 뉴스인 ‘뉴스9’는 19분으로 축소 방송됐다. 메인뉴스가 파행 방송되자, KBS는 남은 시간을 ‘돌고래 다큐’로 채웠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입을 통해 청와대의 보도, 인사 개입설이 폭로된 이후 KBS의 내홍은 참담하기까지 하다. 길 사장의 해명은 설득력을 잃었고, 보도본부 부장단이 제작 거부에 동참한 19일에 이어 20일에는 팀장급까지 뉴스 제작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양대노조는 21일부터 총파업 찬반투표를 시작할 예정이다. “불온전한 파업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회사 이미지도 훼손될 것”이라는 길 사장의 ‘사태 수습’ 차원의 버티기에 ‘KBS의 비정상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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