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러-중 4000억달러 천연가스 수출 협상 타결… 러시아, ‘손해본 장사’(?)
뉴스종합| 2014-05-21 22:15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러시아가 중국과 4000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공급계약을 중국과 극적으로 타결했다. 미국 등 서방의 경제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피하는 러시아의 궁여지책이다. 러시아는 오는 2018년부터 중국에 연간 380억㎥규모의 천연가스를 30년 간 공급할 예정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틀 째인 21일(현지시간) 중국과 천연가스 수출 최종 협상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세르게이 쿠프리야노프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 대변인은 AP통신에 이번 계약은 가스프롬이 국영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에 천연가스를 연간 380억㎥ 수출하는 계약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인 1500억㎥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알렉산더 루킨 외교부 산하 러시아 외교 아카데미 부수석은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계약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유럽이 가스 수입량을 줄이고 의존도를 낮추며 위협하는 시점에서 체결된 계약인 만큼 ‘특별한 중요성’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루킨은 “유럽에 러시아가 다른 고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이 자산 동결 등 경제제재 및 비자 발급 제한이란 외교적 카드를 꺼내면서 러시아의 고립이 계속됐고 이번 중국의 천연가스 수입은 위기를 맞고 있는 러시아 경제를 일정 부분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백건욱 옥스포드 에너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계약이 러시아가 아시아 가스 시장으로 진입하는 문을 열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 연구원은 “러시아의 숨통을 트이게 만든 것이며 러시아와 푸틴은 우크라이나 위기로 완벽하게 고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항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중국과 크게 신뢰할만한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맺게 됐다”고 분석했다.

미하일 마르겔로프 러시아 상원 외교위원장은 푸틴의 방중에 대해 “양국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향한 중요한 행보”라고 말했다고 리아노보스티는 전했다.

시저우저우 IHS에너지 애널리스트는 공급 가격이 러시아가 원하는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역시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고심하고 있던 차에 러시아와의 계약이 숨통을 트이게 만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관계 수립이 더 시급한 러시아가 손해보는 장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사장은 ‘기밀’을 이유로 가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전체 계약 규모와 가스 공급량을 비교해 보면 1000㎥당 350달러에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계산된다. 이는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평균 가격인 1000㎥당 380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편, 유럽연합(EU)은 21일 러시아에 유럽에 대한가스공급 약속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스 대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호주 위원장은 이달 초 열린 EU-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에너지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체불금을 갚으려는 의지를 갖고 협상에 임하는 동안에는 가스 공급을 중단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히고 “EU는 러시아가 이 약속을 이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호주 위원장은 또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유럽과 체결한 가스공급 계약을 성실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호주의 위원장의 이 서한은 푸틴 대통령의 두 차례에 걸친 서한에 대한 EU 측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월과 5월에 EU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스 대금 체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을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서한에서 우크라이나가 35억달러(약 3조6000억원)의 가스대금 체납액을 납부하지 않으면 다음 달 1일부터 선불제로 가스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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