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서울시가 직원 복지 차원에서 유명 사교육업체 대표를 불러 대학입시전략 특강을 열기로 해 물의를 빚고 있다. 공교육을 장려해야 하는 공무원 조직이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다음달 10일 오후 신청사 다목적홀에서 수험생을 둔 직원들을 대상으로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를 초청해 ‘2015년도 대학입시전망과 준비전략’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개최할 예정이다.
메가스터디는 국내 사교육업계 1~2위를 다투는 입시전문학원이다. 강사로 나서는 손 대표는 일반 학부모를 대상으로 개최하는 대학입시설명회마다 만원 사례를 이룰 정도로 사교육업계의 스타 강사로 통한다.
시는 ‘가족친화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외부 강사를 초청해 연 1~2회 특강을 열고 있다. 지난해는 가수 이적 씨의 어머니로 유명한 여성학자 박혜란 씨를 불러 자녀들의 인성교육을 주제로 특강을 열었다.
올해는 고등학교 수험생을 둔 직원들의 요청으로 대입설명회를 개최키로 하고 손 대표를 초청한 것이다. 강의는 다음달 2일까지 선착순으로 신청한 직원 300명을 선발해 퇴근 후 2시간 가량 진행된다.
문제는 공교육 정책을 지향해야 하는 공무원 조직에서 사교육업계 스타 강사를 불러 대입설명회를 개최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민에게는 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뒤로는 그들만의 사교육 특강을 받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만하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손 대표의 강의는 대학 입학전형 동향, 방학기간 학습전략 등 평이한 내용으로 사교육과 무관하다”면서 “손 대표가 무료로 특강을 진행하기로 해 불필요한 오해도 없앴다”고 강조했다.
시의 설명대로 일반적인 대입설명회라면 굳이 손 대표를 초청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오히려 누구보다 확실한 대입 정보를 갖고 있는 교육부나 시교육청의 정책 입안자를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시 관계자는 “과거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진행한 대입설명회에서 인지도가 낮은 강사를 초청했더니 참석률이 저조했다”면서 “아무래도 민간 교육전문가와 강의 수준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시범 사업으로 최대한 많은 직원들이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크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스타 강사의 특강을 공무원만 누리는 특혜처럼 비춰지는데다 시의 공교육 강화 방침과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서울 이촌동에 사는 학부모 김모 씨는 “공무원 개개인이 자녀를 위해 사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조직적으로 특강을 개최하는 것은 사회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면서 “공무원들도 공교육을 믿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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