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사전투표 해보니···
뉴스종합| 2014-06-02 09:47
지난 토요일(31일) 사전투표를 했습니다. 장소는 기자의 거주지인 역삼1동 주민센터 1층에 마련된 투표소.

사전투표는 선거 날 자신의 거주지에 정해진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없는 이들에게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미리 투표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전국 단위 선거로는 이번 6.4지방선거에 처음 도입된 거랍니다.

미국이나 북유럽의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이 제도를 실시해오고 있는데 투표일도 최소한 열흘이 넘는다고 합니다. 스웨덴의 경우는 18일이나 된답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다른 나라의 사전투표는 대개가 자신의 선거구에서 이뤄지지만 우리의 경우 전국 어디서나 가능토록 했다는 겁니다. 이 정도면 우리 민주화도 통 커진 셈입니다. 

사전투표장에 젊음의 열기가 넘치고 있다. (사전투표 마지막 날 31일 오후 5시 반 서울 역삼1동 주민센터입구와 로비 풍경)

기자가 사전투표를 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작은 호기심의 발로였다고나 할까요. 전날에 이어 토요일까지 실시되는 사전투표 현장이 보고 싶었던 겁니다.

주민증을 챙겨 투표마감 시간 임박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우선 주민 센터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줄어지어 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주말 낮엔 영락없이 공동화현상에 빠지는 도심에 익숙한 입장에선 생경한 광경입니다.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한마디로 두 눈 동그라졌습니다. 불과 투표마감 10여분 전인데 몇 겹으로 줄을 지어 늘어선 이들이 주민센터 1층 로비 절반을 차지하고 있질 않습니까.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의 거의 대부분이 아들 딸 또래의 20대이거나 30~40대였다는 사실입니다.

관계자가 친절하게 안내합니다. 역삼1동 주민은 옆 별도라인을 이용하라고 말입니다. 기자가 들어선 라인은 몇 사람이 있을 뿐 텅 비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니까 몇 겹씩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은 사전투표 취지에 걸맞게 편의상 그 곳에 들러 자랑스럽게 주권을 행사하려는 타지역 사람들이었던 겁니다.

옆 라인에 빼곡한 이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손쉽게 투표를 마치고 돌아서 나오면서 휴대폰으로 몇 컷 인상적인 현장을 담았습니다.

어쨌거나 그렇게 이뤄진 사전투표에 대한 분석이 일요일에 이어 월요일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식집계로는 이틀간의 사전투표율이 11.49%로, 전국 선거인 4129만6228명 중 474만4241명이 권리를 사전에 행사한 겁니다. 지난해 4월과 10월 재·보궐선가 때보다 무려 두 배 가량이나 높습니다. 예상 밖의 성과입니다. 

사전투표장에 젊음의 열기가 넘치고 있다. (사전투표 마지막 날 31일 오후 5시 반 서울 역삼1동 주민센터입구와 로비 풍경)

선거내용도 흥미롭습니다. 세대별로는 30대 9.41%, 40대 9.99%, 50대 11.53%, 60대 12.22%, 70대 이상 10%라고 합니다. 20대 이하가 15.97%로 놀라울 정도지만 여기엔 군복무자가 상당수라는 분석입니다.

그러고 보면 그다지 여야에 편중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야권성향의 계층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여권성향의 계층도 꾸준히 그 수를 메웠다는 결론입니다. 아니 오히려 보수성향의 표가 더 적극적이라는 판단도 가능합니다.

이러니 여야가 엄살을 피우며 세 결집에 목숨을 겁니다. 새누리당은 젊은 층의 높은 사전투표율을 앞세워 이러다 자칫 국정운영을 야당에 빼앗기고 만다며 한번만 봐달라고 부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노골적입니다. 솔직히 50대 이상 투표율이 고무적인데도 말입니다.

야당은 사정이 더 복잡해 보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다 잡은 호기를 ‘안대희 파동’으로 놓치고 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큰 겁니다. 젊은 층이 많게 나타난 것도 부담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느닷없이 난국타개를 위한 것이라며 국정협조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어이쿠” 하며 보수층이 대대적인 결집을 하는 날엔 큰 낭패이기 때문일 겁니다.

모쪼록 잔머리 하나는 알아주는 대한민국 정치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야 이해득실을 떠나 기자가 목격한 대로 젊은 층의 투표 열기는 눈여겨 볼만한 사안입니다. 비단 젊은이들뿐만이 아니라 투표율 제고는 국가적 과제입니다.

정치적 호불호를 떠나 투표율은 높을수록 좋은 일입니다. 이번에 어디든지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는 기법을 채택한 것은 우리의 탁월한 IT기술 결과라는 생각입니다. 투표율을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두 동원할 일입니다.

민주화의 본질은 참여입니다. 민의의 반영이 커진다는 건 민주주의의 값진 가치입니다. 투표야말로 유권자로서 누릴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행사의 향연입니다. 4일 빠짐없이 투표해 스스로의 권리를 뽐냅시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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