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부실교육 · 低사회환원 · 소극정부
뉴스종합| 2014-06-03 11:30
'소득 분배 불평등’ NYT 분석


토마 피케티 교수의 지적처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미국 중산층이 추락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강대국인 ‘미국 중산층’은 자본주의 풍요로움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캐나다와 서유럽 국가에 추월당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최근 조사된 미국의 소득 중간값은 2000년 이후 10년간 정체된 반면 캐나다는 같은 기간 20% 증가해 1인당 중간 소득이 1만8700달러(약 1915만원, 4인가족 기준 약 7만5000달러ㆍ7680만원)로 미국과 같아졌다. 하지만 캐나다는 2010년 이후 임금 상승률이 높아져 지금은 중간소득이 미국을 추월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미국의 ‘부의 편중’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심각하다. 미국의 소득 상위 5%는 1인당 평균 소득이 5만8600달러(약 6000만원)로 캐나다와 영국, 네덜란드에 비해 각각 20%, 26%, 50% 높았다. 반면 하위 20%는 네덜란드와 캐나다의 소득이 미국보다 각각 15% 많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 “미국 경제는 지난 30여년간 나름대로 성장해 왔지만, 그 열매를 손에 쥔 것은 일부 부유층 뿐이었다”고 꼬집었다.

NYT는 미국의 소득 분배 불평등에 따른 중산층의 몰락 배경으로 3가지 요인을 꼽았다.

첫째는 부실한 교육이다. NYT는 “지난 30여년 동안 다른 선진국에 비해 숙련직 등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분야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55~65세 미국인의 문해력(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과 수리ㆍ기술력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16~24세 젊은층은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미국 젊은층의 문해력 수준은 캐나다와 호주, 일본, 북유럽 국가들에 훨씬 뒤쳐졌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 중산층 몰락의 두번째 요인은 기업의 이익 환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 있다. 통상적으로 미국 기업의 이익 환원은 대부분 경영진에 집중돼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500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봉은 일반사원 연봉의 257배에 달했다. 이는 181배 수준이던 2009년보다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 CEO 337명의 지난해 연봉 중간값은 1050만달러(약 107억5200만원)로 집계됐다. 전년도 960만 달러(98억3000만원)보다 8.8% 증가한 것이다. 반면 1970년대 이래 저숙련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전혀 상승하지 않았다.

NYT는 “기업의 이익 환원이 중간 소득층과 저소득층에는 거의 분배되지 않는다”면서 “여기에 최저임금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고, 노동조합 활동도 저조하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의 소극적인 정책 대응도 계층간 소득 불균형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미국 정부가 소득 재분배를 통한 저소득 및 중간계층 끌어올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의미다.

올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소득 불평등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핵심적 도전”이라며 “국정 최우선 순위를 불평등 해소에 두겠다”고 선언했지만, 최저임금과 초과근무수당 인상 등 주요 법안은 번번이 야당 보수당과 재계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등 강수를 두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적극성이 부족하다”며 “정책적인 측면에서 캐나다 및 서유럽 정부에 비해 미진하다”고 분석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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