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적대적 M&A 전성시대
뉴스종합| 2014-06-09 11:26
올 25건 2900억弗 인수 시도…전체 M&A중 19% ‘14년來 최대’


올들어 글로벌 기업간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시도가 2000년 들어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대적 M&A란 상대기업 동의없이 이뤄지는 인수ㆍ합병으로, 매수자와 피매수기업이 합의하여 이루어지는 우호적 M&A와 달리 피매수 측의 대주주 협의 없이 강행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딜로직 집계를 인용해, 올들어 ‘원치 않은 인수제안(unsolicited offers)’ 규모가 2900억달러(약 293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14년래 최대치로, 올해 전체 M&A의 19%를 차지한 것이다. 올들어 적대적 M&A 시도는 25건에 달했다.


FT는 인수 가격을 끌어올린 가장 큰 원인으로 ‘기업의 강한 자신감’을 꼽았다. 기업들이 경기를 난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신문은 “기업의 자신감 회복이 우호적보다는 적대적 M&A를 선호하게 만들었고, 더 많은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의 빌 앤더슨 애널리스트는 “적대적 M&A가 통상적으로 인수 시도 초기와 막판에 몰린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들어 적대적 M&A 시도가 많이 늘어나는 것은 싼 차입 부담과 기업 보유 현금 증가, 그리고 경기 개선에 따른 기대감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이는 반대로 상대 기업에도 적용돼 “피인수기업이 경기에 대한 낙관으로 독립성을 유지하고 싶은 만큼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해 적대적 M&A에 실패하는 예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 대표격이 지난달 무산된 글로벌 제약사 4위인 미국 화이자와 9위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합종연횡 시도다. 화이자는 아스트라제네카를 123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인수가격을 들여 합병하려 했지만 인수 후 인력 감축 등을 우려한 영국 정부와 국민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이들이 합쳐지면 세계 1위 제약사인 존슨앤존슨을 제치고 곧바로 세계 1위로 등극할 판이었다. 당시 화이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배짱에 부딪혀 인수가격을 당초 주당 55파운드에서 최소 10% 이상 높이기도 했다.

이밖에 지난 1월 있었던 미국 차터커뮤니케이션의 미국 2위 케이블업체 타임워너케이블 인수(630억달러) 시도도 불발로 끝났다. 타임워너케이블은 424억달러를 제시한 컴캐스트에 우호적으로 인수됐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비카스 세스 글로벌 M&A 공동 대표는 이 때문에 “적대적 M&A 능력은 예술과도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FT는 캐나다 바이오 기술회사인 발레안트가 헤지펀드 큰손인 빌 에커먼 등과 제휴해 보톡스 제조사인 알레간을 620억달러에 적대적 M&A하려고 하지만, 대상기업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아직까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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