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벤처
“21세기 문화 핵심 콘텐츠는 ‘음향 ’ ”
뉴스종합| 2014-06-09 11:50
국내 청각산업 이끌 인재 육성 필요
평창 음향장비 30% 국산화 바람직



“21세기는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ㆍCT)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20세기를 주도한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TechnologyㆍIT) 열풍이 하드웨어 기반 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 그 위에 문화콘텐츠라는 소프트 파워를 얹어야만 미래의 주도권을 쥘 수 있습니다. 저는 그 핵심 콘텐츠로 ‘음향’을 선택했습니다.”

김재평(57·사진) 대림대학교 방송음향영상과 학과장의 첫마디는 단호했다. 이미 국가 간 수준평준화가 상당히 진행된 하드웨어 기술에 승부를 걸어서는 신성장동력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가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최초의 ‘음향ㆍ영상 전문학과’ 개설에 힘을 쏟아온 이유다.

김 학과장이 대림대에 음향전문 과목을 처음 도입한 것은 지난 2002년이다. 당시 컴퓨터기술과 소속 교수였던 김 학과장은 다가올 융합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교육과정을 고민하던 중, 정보통신산업진흥원(당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낸 교육과정 특성화 사업 공고를 보고 ‘기회를 놓쳐서는 안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김 학과장은 “외식이나 미용 등 큰 시장성을 가진 산업 대부분은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산업”이라며 “특히 GNP(국민총생산) 2만달러 수준부터 ‘좋은 소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므로, 향후 국내 청각 산업의 발전을 이끌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02년 컴퓨터기술과의 음향관련 과목 두 개로 출발한 대림대 방송음향영상과는 2009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음향ㆍ영상 특성화 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며 개별학과로 독립, 현재 음향전문과목만 30개에 이르는 국내 최초이자 최고의 음향시스템 설계ㆍ 영상융합 전문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 스피커ㆍ앰프 등의 장비에 적용되는 ‘전기음향’ 기술뿐 아니라 공간의 반사음과 잡음을 제어하는 ‘건축음향’ 기술, 3D 영상 융합까지 교육할 수 있는 곳은 대림대 방송음향영상가 유일하다.

김 학과장은 “혈혈단신 외국의 자료를 찾고 수차례 업계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교육과정을 만들었다”며 “국내 최초로 관련학과를 만들다 보니 참고할만한 선례가 없어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국내 음향산업의 질적 성장을 이끌 인재양성 시스템 마련에 성공한 김 학과장은, 이제 관련 산업의 ‘양적 성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그가 주목하는 무대다.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중국이 자국산 음향장비를 적극 채용, 관련 사업의 브랜드 가치가 40% 이상 성장한 전례가 있기 때문. 국내 음향장비 시장의 90%를 수입제품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국산제품으로도 충분히 좋은 음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국제 무대에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학과장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사용되는 음향장비를 최대 30%까지 국산화 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방송음향산업협의회 자문교수로 활동하며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있다”며 “평창동계올림픽 추진본부 측의 적극적인 협조로 협의가 상당히 진척 된 상태지만 미래부 등 관계부처의 조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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