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그린리빙-스페셜] 가벼울수록 더 건강한 한끼 밥상
뉴스종합| 2014-06-13 09:46
<건강 100세, 심플 테이블에서 답을 찾다>
1부 바른 먹거리 ⑩ 대한민국은 지금 칼로리 계산 중


한국인 일평균 열량 섭취량 증가…10년간 비만인구 비율도 늘어나…의료비 외 사회비용 3조원 훌쩍

최근 저열량 식단 바람…백미 대신 현미 · 보리 판매량 늘고 구운면 · 저칼로리 과자 출시 잇따라



4년만의 월드컵, 그리고 뜨거운 여름밤. 아삭한 후라이드 치킨을 한 조각 입에 물고,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을 들이켜는 상상을 하면 어느새 머리끝까지 짜릿해져 온다. ‘치맥 없이 이 계절을 나는 것은 앙꼬 없는 찐빵과 같다’고 생각할 때 쯤 어느새 머리 한 켠엔 다른 걱정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이게 칼로리가 얼마였더라…

한 커뮤니티에 따르면 치킨 한 마리는 1400여 kcal, 생맥주 500cc는 190kcal라고 한다. 두 끼 식사 열량을 뛰어넘는다. 한 가지 음식에 맛과 영양을 동시에 주지 않은 신은 왜 이렇게 잔인하도록 공평한가.

웰빙에 대한 관심이 이제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소비자들의 칼로리 계산도 분주해졌다. 듬직한 체형이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시절은 가고, 이제 뚱뚱한 몸은 자기 관리 태만을 상징하는 하나의 기호가 됐다. 당뇨, 고혈압, 암, 관절염 등 비만과 관련된 질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비만 자체가 질병으로 분류되고 있다. 음식이 넘쳐나고, 몸을 적게 움직여도 얼마든지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칼로리 조절은 현대인의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된 것이다.


▶고열량 밥상… 개인 넘어 국가ㆍ사회 문제로=이는 채식 위주의 밥상 덕에 칼로리 걱정을 덜었던 한국인에게도 마찬가지다. 2010년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하루 평균 열량 섭취량은 2007년 2107kcal에서 2008년 2146kcal, 2009년 2170kcal, 2010년 2369kcal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여성의 경우 역시 2007년 1549kcal에서 2010년 1725kcal로 늘어났다.

식생활의 변화는 당장 몸의 변화로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비만인구비율이 꾸준히 증가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2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성인의 비만 유병률(성인 대상으로 체질량지수 25 이상)은 32.8%를 기록했다. 수술이 필요한 고도비만환자도 5% 가량으로 미국의 40% 수준에 비해서는 낮지만, 계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사회 전반의 비용 증가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합병증을 제외한 순수 비만관련 의료비는 3.7%에 불과하지만 비만인 사람들은 각종 합병증으로 인해 정상체중인 사람들에 비해 의료비를 36% 더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만으로 발생하는 사회비용이 2012년 기준 3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의료비용 외에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지출과 직업적인 불이익 등 기업생산성 저하까지 고려했을 때 발생하는 사회비용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 역시 관련 부처가 모두 팔을 걷고 나섰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미래위원회는 2011년 고열량ㆍ저영양 식품을 담배, 술과 함께 3대 건강위험요인으로 규정하며, 이들에 대한 광고 및 판매 관련 규제를 확대할 것을 건의했다. 더불어 비만을 유발하는 식품에 대해 이른바 ‘비만세(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할 것을 건의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09년부터 어린이의 건강을 위해 학교 안에서 고열량 식품을 파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국민의 식품선택권 보장을 위해 열량 등 영양성분 표시를 장류ㆍ커피류 등으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지난 4월부터 실시 중인 ‘바른 밥상, 밝은 100세’ 캠페인을 통해 고열량 식생활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칼로리로 무거운 밥상… 가볍게, 더 가볍게=소비자의 소비행태에도 저열량 바람은 불고 있다. G마켓이 최근 3년 간 현미ㆍ보리ㆍ흑미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2011년에는 전년 대비 3% 늘어났고, 2012년과 2013년에도 각각 전년 보다 11%, 15% 증가했다.

반면 백미 판매량은 꾸준히 줄어 2011년에는 전년 대비 5% 줄었고, 2012년과 2013년에도 각각 10% 씩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백미가 100% 소화흡수율을 보이는 것에 비해 잡곡은 소화흡수가 열량으로 전환되지 않으면서도 흰 쌀밥만으로는 섭취하기 힘든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

음식의 열량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나트륨과 지방을 피하려는 경향도 거세다. 롯데마트가 최근 3년 간 1~5월 사이 소금ㆍ간장ㆍ조미료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일반 소금 매출은 20% 가량 감소한 반면, 일반 소금에 비해 나트륨 함량이 15~20% 가량 적은 천일염 매출은 25% 가량 증가했다.

간장 역시 2014년 일반 간장 매출이 2012년에 비해 13% 가량 줄어든 사이, 저염 간장 매출은 257%로 크게 뛰었다.

식품회사들도 앞다퉈 저열량 수요에 맞는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고열량ㆍ저영양 음식으로 불리는 라면의 변화가 눈에 띈다. 기름에 튀긴 ‘유탕라면’이 고칼로리의 주범이라는 데 착안한 삼양라면은 컨벡션 오븐에 면을 구워 칼로리와 지방함량을 낮춘 ‘구운면’을 출시했다.

농심도 일반 유탕라면(500kcal)에 비해 열량이 낮고, 트렌스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도 제로 수준으로 줄인 야채라면(350kcal)을 지난해 5월 내놨다. 풀무원 역시 2010년 출시한 생라면 브랜드 ‘자연은 맛있다’로 2013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51.9% 뛰는 등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칼로리를 낮춘 과자도 점차 늘고 있다. 농심 켈로그는 지난해 ‘스페셜 K 라이트 칩’을 내놓았다. ‘스페셜 K 라이트 칩’은 감자칩 21개가 93kcal 밖에 되지 않는 낮은 열량의 스낵이다. 프링글스는 올리브ㆍ아보카도ㆍ코코넛 등 고급 기름을 사용해 기존 프링글스 오리지널에 비해 지방 함량과 열량이 각각 30%, 15% 낮아진 ’프링글스 라이트’를 출시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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