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포츠
6월엔 돌아오지 마라!
엔터테인먼트| 2014-06-17 11:22
브라질 쿠이아바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평가전에서 잇따른 졸전과 대패로 기대감이 땅에 떨어졌던 한국 축구팬들도 ‘결전의 날’이 다가오자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설레기 시작했다. 홍명보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8일 오전 7시 (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에 위치한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러시아와의 첫 경기를 펼친다.

홍명보호는 결전 준비를 마쳤다. 철통 보안 속 마지막 훈련을 소화했다. 23명의 태극전사들은 센터서클에 모여 피지컬 코치의 지휘 아래 몸을 풀고 코어 트레이닝(중심 근육 운동)을 마친 뒤 패스와 헤딩 훈련을 했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들어서면서 ‘악!’ 소리와 함께 박수를 치며 서로 전의를 북돋았다. 훈련 시작 15분이 지나자 미니게임을 치르려는 듯 일부 선수들이 조끼를 입었고 훈련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한국 비공개 ‘오기 훈련’, 러시아는 “이길 준비 끝나” 여유=한국 대표팀은 그동안 철통 보안 속 비공개 훈련을 통해 디테일한 전술 다지기에 집중했고, 러시아 대표팀은 상파울루 인근 훈련장에서 핸드볼로 몸을 푸는 등 컨디션 조절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었다. 이틀전 쿠이아바에 입성해 적응을 마친 한국과 달리 러시아는 경기 하루 직전인 17일 쿠이아바에 도착해 적응훈련을 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경기를 앞둔 두 팀의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태극전사들은 최근 대표팀에 쏟아졌던 비난에 이를 악물고 있고, 러시아는 보안과 통제를 유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다소 여유와 자신감이 묻어나는 모습이다.

홍명보(45) 감독은 “선수들 모두 러시아를 잡을 생각만 하고 있다. 반드시 승리를 따내겠다“며 필승을 다짐했고, 최고 기대주 손흥민(22ㆍ레버쿠젠)은 “러시아전 준비를 죽기살기로 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미드필더 한국영(24ㆍ가시와 레이솔) 역시 “부모님 생각도 안 난다”며 “오직 월드컵 생각만 하고있고 모든것을 걸었다”며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반면 러시아의 파비오 카펠로(68)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선수들의 이름까지 알 필요는 없다”며 다소 오만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름이 아니라 선수의 특징을 아는게 중요하단 말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첫 상대 한국을 만만히 여겨 정밀분석을 하지 않은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주장 베레주츠키(32ㆍCSKA모스크바)는 “우리 선수들은 모두 자신감이 있다”며 “월드컵에 나선 팀들 가운데 약팀은 없다고 보지만 겁은 나지 않는다. 승리할 준비는 다 돼 있다”고 역시 여유를 감추지 않았다.

▶ “가나 평가전 비난 털고 자극제 삼아야”포기란 없다=그렇다면 우리 대표팀의 승산은 어느정도 일까. 우선 가나와의 최종 평가전 대패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중요하다. 대표팀은 평가전 패배 이후 좋지않은 분위기를 털어내려고 애를 썼지만 국민들의 실망감과 비판은 지속됐다. 국민들의 전폭적 응원을 받지 못한 선수들의 사기는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상황이 선수들을 ‘이 악물고’ 뛰게 만들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민들의 기대가 크면 선수들의 사기는 높겠지만 동시에 부담감도 커질 수 있다. 반면 기대가 적으면 사기는 떨어지더라도 선수들의 부담감은 덜할 수도 있다.”면서 “사람은 부정적 평가에 주눅들때가 있는 반면 ‘한번 해보자’는 강한 오기가 생길 수도 있다. 선수들이 국민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고싶은 오기로 이를 악문다면 (이런 자극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우리 대표팀은 지난 세번의 월드컵에서 최종 평가전에 지고 본선 첫경기에 승리했던 기분좋은 기억도 있다. 2002년 최종 평가전에서 프랑스에 패배했지만 본선 1차전 폴란드에 승리를 거뒀고, 2006년엔 올해와 똑같이 졸전끝에 가나에 패했지만 본선 첫경기에서는 토고를 잡았다. 2010년도 스페인과의 평가전에 패했지만 그리스와의 본선 1차전에서 당당히 승리하고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비록 이번 평가전은 단순한 패배뿐 아니라 경기력 자체가 실망스러웠지만 어쨌든 3회 연속 이어진 기분좋은 징크스를 무시할 순 없다.

또한 대표팀엔 손흥민(22ㆍ레버쿠젠)을 비롯해 이청용(26ㆍ볼튼 원더러스), 박주영(29ㆍ아스널) 등 언제든 한방을 터뜨릴 수 있는 자원들이 충분하다. 비록 그동안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해도 월드컵 본선 같은 ‘큰 무대’에선 이들의 진가가 발휘될 수 있다. 이들 뿐 아니라 대표팀의 캡틴 구자철(25ㆍ마인츠)과 ‘탈 아시아급’미드필더 기성용(25ㆍ선덜랜드), 명장 위르겐 클롭 감독이 선택한 지동원(23ㆍ도르트문트), ‘박지성의 후계자’ 김보경(25ㆍ카디프 시티) 등 젊지만 빅매치 경험이 풍부한 유럽파도 즐비하다. 역대 한국 대표팀 중 유럽파의 수가 가장 많은 대표팀인만큼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결코 러시아가 만만히 볼 수준이 아니다. 따라서 선수들이 강한 투지를 발휘한다면 러시아전도 해볼만하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국민들과 축구팬들은 대표팀이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뛰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직장인 염상헌(28)씨는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단 만큼 투혼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설령 경기에 지더라도 선수들이 강한 정신력을 보여준다면 우린 끝까지 응원할 것” 이라며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공은 둥글고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 다시한번 기대해보자.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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