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포츠
무적함대 스페인, 처참한 침몰…그리고 징크스
엔터테인먼트| 2014-06-19 11:48
2008유로·2010 남아공월드컵 등…3회연속 메이저우승 막강군단
디펜딩 챔프 징크스 제물로
작년 발롱도르수상자 호날두…월드컵 부진 ‘저주’ 못벗어
명성에 도취 변화에 둔감…스페인도 소니의 전철 밟아


이쯤 되면 그건 징크스가 아니다. 오히려 진리라고 해야 옳다. 그건 인생이고 기업 흥망성쇄 역사나 다름없다.‘디펜딩 챔피언 징크스’ 얘기다.

2010 남아공월드컵 챔피언 ‘무적함대’ 스페인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조별리그 2경기 만에 출전 32개국 중 가장 먼저 탈락을 확정짓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이미 네덜란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5로 대패한 스페인은 19일 칠레에게도 졸전 끝에 0-2로 무릎을 꿇었다. 남은 호주와의 3차전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2경기 만에 7골을 내주고 필드골 없이 PK 1골에 그친 무기력한 스페인의 모습에서 세계 최초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우승(유로2008, 2010 남아공월드컵, 유로2012)의 금자탑을 세운 ‘무적함대’의 위용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그야말로 처참한 몰락이었다.

최근 반세기 동안 디펜딩 챔피언이 우승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조별리그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무너진 사례는 무려 5번(1950년 이탈리아, 1966년 브라질, 2002년 프랑스, 2010년 이탈리아)에 달한다.

원인은 분명하다. 바로 자만이다.

스페인의 몰락은 이미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예측했다. 

스페인은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특유의 전술 ‘티키타카’로 세계 축구계를 지배했다. 그런데 ‘티키타카’의 원조인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가 올 시즌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무관에 그쳤다. ‘티키타카’는 이미 너무 많이 노출된 전술이었다.

그럼에도 과거의 영광을 잊지못한태 월드컵에 임했다.

‘황금세대’가 저무는 시점에서도 세대교체보다 이니에스타, 카시야스 등 현상유지에 급급한 선수기용을 했다. 네덜란드 전의 역전패는 어쩌면 예정된 것이었다. 스페인은 짧은 패스로 중앙을 집요하게 파고들었지만, 네덜란드는 촘촘한 5백 수비로 공격을 차단하고 수시로 역습했다. 칠레 전에서도 스페인은 변함이 없었고 결과는 참패였다.

자만의 무서움은 스페인을 꺾은 네덜란드가 호주와 벌인 경기에서도 잘 드러났다. 네덜란드는 19일 호주와의 경기에서 수비의 약점을 드러내며 스페인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고, 결과는 3-2 진땀승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징크스’와 비슷한 성격의 징크스로 발롱도르 수상자가 직후 월드컵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다는 ‘발롱도르의 저주’가 있다. 올 초 발롱도르를 수상한 ‘세계 최강의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운 포르투갈은 지난 14일 독일과 맞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 0-4로 대패하며 16강 진출이 불투명해 져 이 징크스를 세계 축구 팬들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정상을 수성하는 일은 정상을 탈환하는 일 이상으로 어렵다. 이미 축구뿐만 기업에서도 수없이 증명돼 왔다. 기술에대한 과신으로 몰락한 소니와 시장 지배력만 믿다가 어려움에 처한 노키아나 닌텐도가 그랬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기업에 올랐으면서도 끊임없이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는 이유다.

스페인의 몰락은 당연하지만 잊어버리기도 쉬운 교훈을 전 세계인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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